[이성용의 목요담론] 원하는 것과 얻는 것

[이성용의 목요담론] 원하는 것과 얻는 것
  • 입력 : 2020. 09.03(목) 00:00
  • 강민성 기자 kms6510@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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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대부분 알고 있는 러시아의 소설가 톨스토이가 쓴 글 중에서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할까?"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할 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성실한 농부인데, 농사를 지을 땅을 가지고 싶었다. 어느 날 땅주인과 약속을 하는데, 해가 뜨고 나서 해가 지기 전까지 돌아오면 걸어간 만큼 땅을 가질 수 있었다.

주인공은 땅을 갖기 위해 열심히 걸어갔다. 많은 땅을 갖기 위해 걸어가다 보니, 자신의 그림자가 길어진 것을 보고 일몰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시작점에서부터 너무 멀리 가 버린 것을 인지하고, 시작점으로 돌아가기 위해 빨리 걷다 결국에는 달리기 시작해 해가 지기 전에 겨우 시작점으로 돌아왔지만 주인공은 쓰러지고 말았다. 땅주인은 주인공에게 "장하오, 이제 저 넓은 땅은 당신 것이오"라고 말했지만 땅주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주인공은 숨을 거뒀다. 결국, 주인공에게 남겨진 땅은 안타깝게도 한사람이 묻힐 정도의 적은 공간이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가 주는 교훈과 생각할 것들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기하학을 하는 사람들은 원의 형태로 걸었다면 최소한으로 거리를 걸어서 최대의 면적을 확보했을 것이라고 한다. 또한, 어떤 사람들은 무리하지 않고 걸어 확보할 수 있는 땅만 얻었다면 욕심으로 인한 죽음은 없었을 것이라고도 한다. 주인공이 원했던 적정한 땅의 범위가 얼마인지는 사람마다 목표가 다를 것임에 따라 얼마가 필요한지를 결정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제주는 사람, 상품, 자본의 이동이 자유로운 국제자유도시를 완성하기 위해 국내·외 투자유치를 추진해왔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도 꾸준히 이뤄져왔다. 제주국제자유도시를 추진한지도 20년이 지났다. 시작할 때의 목표와 현재를 비교해볼 시기인 것 같다. 이때 중요한 것은 목표한 것이 계획한 것과 맞지 않을 수 있지만, 초심을 잃고 목적을 잊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는 것이다. 추진하는 사업들이 변화가 있을 수 있고 목표대비 성과 달성도는 변할 수 있으나, 제주국제자유도시 초기의 목적과 방향이 달라져서는 안 될 것이다.

톨스토이 소설에 비유하자면 무리하지 않고 꾸준하고 일관되게 추진한다면 제주국제자유도시 추진 초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들은 방향을 잡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이나 걸어왔던 곳으로 다시 걸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본다. 방향성을 잃어버리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헛된 일이 되고 말 것이다.

그동안 추진했던 것들이 결실을 맺기도 전에 포기한다면 사회적 낭비와 제주지역의 방향성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계획이라고 하는 것은 목표로 한 만큼의 성과를 가져오지 못할 수 있지만, 목표가 명확하다면 언젠가는 이룰 수 있다고 생각된다. 목표가 잘못됐다면 빨리 수정해야 할 것이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방향이 잘못되면 얻는 것은 달라지고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원하는 것을 위해 오늘 열심히 노력하지 않는다면 미래는 변하지 않을 것임에 따라 우리 제주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도록 하자. <이성용 제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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