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아프리카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란 속담이 있다. 제주 읍·면 지역은 도시 지역에 비해 교육 환경이 열악한 현실이며 학교 간 소통이 부족해 아이들 교육활동의 연속성이 확보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한 아이가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기까지 12년 동안의 전반적인 성장과 발달을 지원하려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 시기야말로 한 아이가 인성과 역량을 키우고 미래를 설계해 가는 결정적인 시기다. 따라서 읍·면 지역은 이 12년의 시간을 끊김 없이 연결해 지역 안에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초·중·고가 함께 연계된 교육활동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에 본 의원이 몇 가지 교육활동 연계를 제안해 본다.
첫째, 학교 간 방과후 교육활동의 연계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방과후 프로그램은 아이들에게 다양한 배움과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중요한 창구다. 초등학교 때 체험한 독서활동, 창의적 미술 수업, 생태교육 등이 중·고교에서도 단계적으로 확장되며 심화될 수 있도록 연계돼야 한다.
둘째, 학교 오케스트라와 같은 예술 활동의 연계다. 예술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아이들의 감수성과 협동심·창의력·자기표현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 도구다. 많은 읍·면 지역에서 오케스트라 활동이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운영되지만, 중학교와 고등학교로 넘어가며 유지되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다. 초등학교에서 배운 바이올린이나 플루트를 중·고등학교에서도 지속해서 연주할 수 있다면, 학생들은 더 뛰어난 연주 능력을 키울 수 있어 지역의 자랑스러운 문화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학교 간 악기와 강사 인프라 공유, 정기 연합 공연 등의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셋째, 엘리트 스포츠 학생 선수 육성 연계다. 학교 간 훈련 체계가 단절돼 초등학교에서 잠재력을 보인 학생이 중학교나 고등학교에서 지속적인 지원을 받지 못해 운동을 그만두는 일이 흔하다. 초·중·고 간의 체계적인 훈련과 육성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학생들은 지역 내에서도 충분히 전문적인 스포츠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교육의 흐름이 '하나의 성장선'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초등학교의 호기심, 중학교의 탐색, 고등학교의 진로 설계가 각각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도교육청과 학교가 긴밀히 협력해 학교교육과정·사회자본·예산을 통합적으로 설계하고 운영해야 하며, 지역 사회 역시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12년이라는 시간은 단지 아이들이 나이를 먹는 시간이 아니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뿌리를 내리는 시기다. 읍·면 지역 아이들이 도시의 벽을 넘고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꿈과 끼를 발현할 수 있는 기회가 끊겨서는 안 된다. 따라서 읍·면 단위 초·중·고가 하나의 상설협의체로 협력하고 연결될 때, 아이들은 단단한 날개를 달고 자신의 미래로 날아오를 수 있다.
<정이운 제주도의회 교육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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