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가 '생물권보전지역·세계자연유산 및 세계지질공원 관리에 관한 조례안'을 지난 8일 입법예고했다. 이른바 '트리플 크라운' 조례(條例)다.
주요 내용을 보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의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관람료 징수 및 통합 관리위원회 설치, 보존과 활용, 관리방안을 담고 있다. 또 생물권보전지역의 날(12월16일)과 세계자연유산의 날(6월27일) 등을 지정해 우리의 소중한 자연유산에 대한 이해를 제고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이번 조례안은 정작 알맹이인 '한라산'의 관리권이 환경부로 환원되면서 유명무실(有名無實)화 될 우려를 낳고 있다. 생물권보전이나 세계자연유산 및 지질공원의 핵심이 바로 한라산이기 때문이다.
현재 흐름대로 한라산에 대한 관리권을 환경부가 행사한다면 제주자치도는 그야말로 곁가지가 될 공산이 크다. 관리와 연구 전 분야에 걸쳐 제주도는 여러 이해당사자 중의 하나이거나 환경부의 협조부서 정도로의 위상 변화가 불가피하다. 조례가 제정된다 하더라도 지금처럼 주도적으로 나서기는 사실상 어렵다. 이는 곧 한라산에 관한 '주권(主權) 상실'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제와서 제주도정의 어이없는 행태를 비판해봐야 실익은 없을 터, 조직축소 문제 등도 차후의 일이다.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 나가느냐다. 한라산국립공원은 제주도 전체 면적의 9%에 달한다. 제주도가 한라산이고, 한라산이 곧 제주도인 게 도민들의 정서다. 이런 점에서 한라산에 대한 관리권은 환경부가 아니라 종전처럼 제주자치도가 갖고 있는 것이 마땅하고 당연한 일이다.
물론 대통령의 재가(裁可)까지 끝난 사안을 다시 뒤집는 것은 결코 쉬운일은 아니다. 하지만 아직 법령정비 과정 등이 남아 있다. 제주자치도는 차분한 논리를 바탕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해 '꺼져가는 불씨'를 되살릴 책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