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매년 4월이 되면 제주4·3의 아픔을 시로 위무해 온 제주작가회의. 2002년부터 문학적으로 4·3의 의미를 들여다보겠다는 이들의 의지는 여전히 굽혀지지 않았다. 올해로 23년째 이어지고 있는 '4·3 추념 시화전'이 이를 말해준다.
오는 8월 말까지 제주4·3평화공원 문주에서 제주4·3 77주년 추념 시화전을 여는 제주작가회의는 올해도 그곳에 전시된 시들을 모아 한 권의 시집으로 엮었다. 시집에는 모두 73편의 시가 담겼다. 김승립, 김연미, 김진숙, 문태준, 오광석 등 제주 시인들과 김형로, 오하린, 이송희, 전진영 등 다른 지역 시인들의 시도 함께했다.
추념 시집의 제목은 시화전의 이름처럼 '스스로 봄이 된 사람들'이다. 김승립 시인의 시 '봄이 오면-4·3 파르티잔'의 문장에서 따왔다. "그해/ 겨울 하니바람/ 사나운 눈보라 뚫고/ 산에 오른 사람들// 봄이 하루 빨리 오길 비념하며/ 곱은 손 비비며 싸우다// 끝내 한라산 시꺼먼 골짜기에 묻혀/ 언 땅 밑 붉은 피로 흐르더니// 산자락마다 붉게 붉게 꽃으로 피어나/ 스스로 봄이 된 사람들// 해마다 봄이 오면/ 먼 산 들녘에// 진달래 산철쭉으로// 피어나는 사람들."
지난해 한강 소설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해 4·3을 소재로 한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바탕으로 문학기행에 나선 제주작가회의는 그 길에서 '문학의 힘'을 다시 깨닫게 된다. 이들은 머리글에서 "문학이 어떻게 진실을 탐구하고 역사와 상호작용하는지를 되새긴다"며 "앞으로도 인간 존재의 깊이를 탐구하고 사회를 비판하며 진실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문학의 힘을 통해 우리는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이해하며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며 "문학은 우리에게 과거를 잊지 않게 하고 진실을 마주하게 하는 소중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한그루. 비매품. 박소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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