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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정의 목요담론] '옛길'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입력 : 2018. 06.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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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지인의 소개로 뜻밖의 장거리 걸음을 걸었다. 익히 옛길에 관심을 두고 있던 터라 '옛길을 통해 제주 역사를 알아보자는 취지로 모인 모임'이 있다는 소식에 선뜻 따라나선 것이다.

오름을 사이에 낀 두개의 마을을 거니는 가운데 성대하지는 않지만 마을 구석구석 단정하게 정비된 문화재, 아직까지 남아있는 추억 속의 단아한 돌집, 오름 중허리를 지키며 천년을 함께해 온 사찰, 수천년을 제주의 생명수로 자리매김 되어온 용천수를 확인하는 과정 과정은 길을 통해야 만이 접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경로는 되도록 옛길을 찾아 걸었으나 대부분 올레길로 상품화되었거나 새로 확·포장되어 아쉽게도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다. 40여년 전과는 다르게 변해버린 고향을 지날 때는 지천명을 넘긴 이들조차 어릴 때 자기가 살던 집, 교회가 있던 자리, 친구 아무개의 집, 용천수 솟아오르는 물통에서 수영하였던 추억들을 천진난만하게 쏟아내고 있었다. 길에서 추억을 느끼고, 오래된 과거의 삶을 바라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결국 길이란 삶의 공동체 공간 속에 문화를 파생시키고 전파의 기능을 수행한다. 이런 일련의 습속들이 오랫동안 세대적으로 전승되어 그 형상이 고착화될 때 우린 문화정체성이란 용어를 쓸 수 있다.

제주는 다른 지역과 다르다는 말을 자주하지만, "다름이 뭐?" 하고 물어보면 얼버무리기 일쑤다. 이것은 길에서 주는 문화의 이동 속에 파생된 정체성의 중요성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과거 17세기 제주의 역사문화 현황을 상세하게 볼 수 있는 읍지인 이원진 목사의'탐라지'에서 제주목, 대정현, 정의현 지역에 있는 교량이 보인다. 교량은 하천으로 끊어진 곳을 다리로 연결하여 길이 형성되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뿐이랴 '탐라순력도'의 이형상 목사 역시 길을 따라 군사적, 사회, 문화적 형상을 그림으로 그려내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직까지 길에 대한 가치부여를 못하고 있다.

이미 경기도에서는 지역의 정체성을 발굴하는 작업으로 역사가 있는 길을 찾아 9개 코스를 운영 중이다. 적은 예산으로 공공기관과 민간단체가 협심하여 끊어진 길들을 잇고 연결하는 작업에서 그 역사성을 부활시켜 놓았다. 유네스코에서도 1998년 산티아고 데 콤포스델라 순례길을 시작으로 2004년 잉카제국의 옛길인 카팍냔로드, 2013년 실크로드 등을 등재하였다. 그만큼 문화의 파생, 전파, 전승이 길을 통해 지금의 문명을 만들어 왔다는 것을 짚어주는 대목이다. 지금도 길은 과거와 같은 의미를 부여하지만 자동차 안에서 찰나로 지나가는 길과 걸어서 생활을 만들어 냈던 길과는 같이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최근 제주에는 원도심 옛길에 대한 높은 관심도와 지역주민을 중심으로 조선시대 화북과 조천의 관포를 잇는 옛길에 의미부여하는 작업이라든지, 그냥 소시 적 거닐던 옛길이 생각나 삼삼오오 모인 여러 모임들이 활성화되고 있다. 또한 지난해 가을에는'제주특별자치도 옛길 조성 및 관리에 관한 조례'까지 제정되었다. 길을 통해 우리 삶의 경관을 복원하고 역사성과 정체성을 찾아보자는 요구에 부응한 것이다.

이런 도민들의 요구와 조례제정을 통해 그 필요성을 강조해 보지만 행정은포화된 교통량을 탓하며 도로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을 뿐 옛길 관리와 활용에 대해서는 답이 없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옛길은 우리에게 있어서 문화의 전파로이자 무분별한 개발을 저지할 수 있는 경관관리와 원형관리의 원초임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수정 제주도의회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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