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제주시 구좌읍 김녕수산문화복합센터에서 김녕어촌계 소속 은퇴 해녀들이 배우 문소리씨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강희만기자
[한라일보] "해녀로 살아온 거 후회 안햄수다."
제주의 동쪽 마을인 김녕리 해녀인 한순일(82) 할머니는 평생 물질을 해온 일생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십대 때부터 70년간 해녀로 살아온 한 할머니는 해녀 생활을 내려놓으며 "이렇게 은퇴식을 해주니 영광스럽다"며 후배 해녀들에겐 "우리 청정 바다를 지켜달라고 부탁하고 싶다"는 말도 남겼다.
60년 동안 물질을 해 온 원정자(78) 할머니는 "죽을 때까지 물질을 할 수 있으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몸이 허락하지 않아 해녀 생활을 그만해야 하니 섭섭한 마음이 크다"며 은퇴를 아쉬워하기도 했다.
제주시 김녕어촌계가 주관하고 사단법인 제주해녀문화협회가 주관하는 일곱번째 해녀 은퇴식이 12일 제주시 구좌읍 김녕수산문화복합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은퇴식에서는 평균 물질 경력 67년에 달하는 고령 제주해녀 24명이 가족과 이웃, 동료 해녀들의 축하와 위로 속에 해녀 생활을 마무리했다.
은퇴 해녀는 김녕어촌계 소속 허순여(나이 79·경력 65년), 김달해(78·65년), 김애자(81·65년), 원미강(85·70년), 고은수(76·65년), 김복희(78·65년), 김춘란(80·65년), 한순일(82·70년), 오정혜(86·70년), 원덕순(80·60년), 안갑생(82·65년), 한옥선(86·70년), 원정자(78·60년), 한재월(87·70년), 홍유생(88·70년), 강옥자(79·65년), 현영자(84·70년), 이삼정(87·70년), 박춘자(88·70년), 임학자(87·70년), 김부자(85·70년), 백경애(77·60년), 김진화(87·70년), 김일순(89·70년) 해녀다.

12일 제주시 구좌읍 김녕수산문화복합센터에서 김녕어촌계 소속 은퇴 해녀들의 은퇴식이 열렸다. 강희만기자
은퇴 해녀들에게는 한국걸스카우트연맹의 명예지도자 증서와 스카프도 헌정됐다. 특히 이날 제주를 배경으로 한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배우 문소리 씨가 깜짝 등장해 은퇴 해녀들과 함께 했다. 해녀 한명 한명과 사진을 찍으며 축하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문소리 씨는 "드라마에서 엄마 '광례'가 해녀였다. 해녀의 딸로 연기도 하고, 드라마를 많이 응원을 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이 곳에 왔다"며 "직접 얼굴 뵈니깐 뜻 깊은 자리에 잘 왔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해녀 삼춘들 평생 폭싹 속았수다"라고 전했다.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어로 '무척 수고하셨습니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란 뜻이다
한편 제주해녀문화협회는 지난해 5월 제주시 한림읍 귀덕2리를 시작으로 10월 구좌읍 하도리, 11월 한림읍 수원리, 12월 한림읍 금능·월령리, 법환동에서 해녀 은퇴식을 진행해왔다. 내년부터는 제주특별자치도가 해녀 은퇴식을 여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
한편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도내 등록 해녀는 7561명으로 이 중 현재 물질작업을 하고 있는 현직 해녀는 2623명으로 34.7% 수준이다. 현직 해녀 중 70세 이상 고령 해녀는 60.8%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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