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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 강하게 버티고 있는, 소중한 당신을 위해
한유경 에세이 ‘암병동 졸업생’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0. 11.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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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에 대한 편견 겪으며
설암 발견·치료 과정 담담히


그는 오늘 하루를 온전히 살아내는 일이 가장 큰 업무라고 했다. 암환자가 직업이라고 말하는 한유경씨. 스물여덟의 어느날 그에게 4기 설암 선고가 내려졌다. 대학원 졸업과 원하던 직장 입사를 눈앞에 둔 시기였다. 그는 혀 절반을 절제한 후 근육으로 절반의 혀를 만드는 수술과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매일 아침 학생이 등교를 위해, 직장인이 출근을 위해 준비하듯 그는 암 환자로 출근해 그 모든 과정을 거쳐왔고 지금, 살아 있다.

'암병동 졸업생'은 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설암 4기라는 가늠하지 못하는 순간을 마주쳤을 때 떠오른 생각들, 고난의 암병동 생활, 암병동에서 나오기까지의 지난 과정을 풀어냈다.

38개 소주제로 엮은 '암병동 졸업생'은 초진, 발견에서 시작해 완치, 약속으로 끝을 맺는다. '완치'라는 해피엔딩에 이르렀지만 울고 또 울기를 반복하다 더 이상 눈물이 나오지 않을 때 글을 써나갈 수 있었다는 고백에서 그 시간 동안 얼마만한 슬픔이 그를 짓누르고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처음 설암 진단이 나왔을 때 그는 그것이 무엇인지는 물론이고 20대도 암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암은 곧 죽음이라고 생각했던 그였다. 암에 대한 정보와 사람들의 태도 모두 닫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그는 도망치거나 때론 불안의 구덩이에 빠져 허우적댔다.

암 환자는 몸이 약해 보호 받고 집에서 쉬어야 한다고 여긴다. 불운한 끝을 기다리는 드라마 속 비련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우울하다고 말하면 사람을 축축 처지게 하는 것 같고, 신나고 행복하다고 하면 환자의 신분을 망각한 것처럼 보인다. 암 환자에 대한 이같은 편견도 그에겐 또 다른 고통이었다.

그는 오늘도 딱딱해진 목과 부풀어 오른 혀를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굳은 목 근육을 푸는 데 30분, 목소리를 안 아프게 낼 수 있도록 목을 푸는 데 30분, 말이 엉기지 않도록 혀를 푸는 데 30분을 쓴 뒤 비로소 양치를 하고 새로운 날을 맞는다. 힘든 시간은 있었지만 암 환자로 살아남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는 그는 다른 암병동 졸업생들에게 이런 말을 건넸다. 수고했고 고생 많았다고. 얼마나 강하게 버티고 있는 사람인지 알고 있다고, 그래서 당신도 멋지고 소중한 사람이라고. 캐모마일 프레스. 1만5000원.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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