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취객 단속하면 그만? 탐라문화광장 무질서 해법없나

노숙인·취객 단속하면 그만? 탐라문화광장 무질서 해법없나
자치경찰단 단속에도 음주 쓰레기 골머리
“노숙인은 사회적 책임… 자립 지원해야”
  • 입력 : 2025. 07.01(화) 16:35  수정 : 2025. 07. 01(화) 16:47
  • 양유리 기자 glassy3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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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일도1동 탐라문화광장에서 한 주취자가 술에 막걸리를 마신 뒤 취해 잠들어 있다. 독자 제공.

[한라일보] 도민들의 쉼터인 탐라문화광장이 노숙인 등의 음주소란 행위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단속과 더불어 자활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30일 인터넷 신문고 제주자치도에 바란다에는 ‘탐라문화광장 노숙자들 음주 멈춰주세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해당 민원인은 “탐라문화광장 버스 정류장에는 관광객과 시민들이 많이 다니는 곳인데 근처에 가기만 해도 막걸리 냄새 등 악취가 심해 매우 불쾌했다”며 “동문시장 이미지가 더 나빠지기 전에 (광장 내 음주 행위를) 적극적으로 막아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제주시 일도1동에 위치한 탐라문화광장은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관광명소로,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금주·금연 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그러나 수년째 광장 내 음주소란 행위와 쓰레기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제주자치경찰단에 따르면 금주지역 지정과 단속 법적 근거가 마련된 지난 2022년 1월 15일 이후 현재까지 탐라문화광장에서 음주소란 72건, 흡연행위 13건에 대한 과태료가 부과됐다.

1일 오전 찾은 탐라문화광장에는 음주·흡연 행위를 단속하는 자치경찰과 광장 내 쓰레기들을 수거하는 환경미화원, 그리고 광장 벤치에서 막걸리를 마시는 주취자들을 볼 수 있었다.

광장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오래 전부터 (주취자들이) 술 먹고 싸우는 것도 봤고 고성방가도 잦아서 매장 운영에 피해가 된다”며 “봉사단체들이 왔다 가기도 하는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안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광장을 찾는 노숙인들은 “달리 갈 곳이 없다”고 호소한다. 이날 광장에서 만난 B씨는 “시설에 거주하는 것도 좋지만 답답해서 오래 지내기가 힘들다. 광장에 오면 친구, 동생, 형님도 만날 수 있어 자주 찾게 된다”며 “노숙인들은 별달리 갈 곳이 없다. 노숙인 중에서는 술 끊고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게 쉽지 않다”고 했다.

노숙인 재활시설 제주시희망원 관계자는 “시청과 경찰에서 민원이 들어오면 노숙인 입소 절차를 안내하고 있다”며 “음주행위 단속과 더불어 노숙인의 자활·자립이 병행돼야 하는 만큼 알코올 중독 치료, 직업 재활과 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숙인 문제에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024년 노숙인 인식 및 실태조사 연구보고서’를 발간한 김지혜 서귀포시사랑원 사회사업팀장은 “제주지역 노숙인 문제는 사회적 책임이 크기 때문에 주거 문제 해결 등으로 실질적인 자립 지원과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행정 당국은 노숙인들이 좀처럼 협조하지 않아 단속·입소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입장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노숙인들 중 신분을 밝히길 거부하거나 입소 상담 자체를 거부하는 이들이 많다”며 “탐라문화광장이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인 만큼 부정적인 이미지가 고착화되지 않도록 일도1동, 보건소, 자치경찰 등과 연계해 음주 행위 등을 단속·계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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