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강명희 작가가 소설집 '노을의 기억'을 펴냈다. 국어교사로 재직하다 2003년 한라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문단에 발을 디딘 강 작가가 쓴 이번 소설은 '히말라야바위취', '서른 개의 노을', '65세', '잔치국수·분천·어린 농부'에 이은 다섯 번째 소설집이다. 고향 경기도에서 농사를 지으며 글을 쓰고 있는 작가는 이번엔 험난한 삶을 정면으로 마주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담았다.
소설집은 표제작 등 6편의 단편을 엮었다. 이들 작품의 배경과 주제는 각각 다르지만, 험난한 삶을 치열하게 살아간 인물들과 죽음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표제작 '노을의 기억'은 제주4·3을 다룬다. 이 작품은 4·3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단편 '노을'과 두 번째 소설집 '서른 개의 노을'을 뼈대로 쓴 소설이다. 저자는 "서른 중반에 잠시 살았던 제주는 내 문학의 고향이다"며 "아주 짧은 기간 김승옥 소설가 밑에서 공부할 때 이 작품을 썼다"고 했다. 이어 "4·3이라는 참혹한 사건은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아픔의 현재진행형"이라며 "이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라도 그려보고 싶었고 어쩌면 이 글을 쓰고 싶어 소설가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소설은 해마다 4월이면 진혼제가 열리는 제주 하도리 바닷가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처음에는 육지에 있는 하르방의 가족과 제주에 있는 할망의 가족이 모여 지내던 조촐한 행사였다. 이십여 년을 내려오면서 4·3때 무고하게 죽어간 모든 이들의 넋을 기리는 행사가 되었다. (중략) 칠십여 년 전에 제주에서 있었던 그 참혹한 사건은 가해자도 피해자도 없이 모두가 피해자가 없다. 이 진혼제는 그들 넋을 위로하기 위해 지내는 제사다."
이어 이야기는 70여 년전 1948년 4월 제주에서 일어난 참혹한 사건으로 죽음의 문턱에서 천신만고 끝에 살아서 빠져나온 '안자'와 가해자였던 '하르방' 두 노인의 만남을 그린다. 비극을 온몸으로 겪어온 이들은 어느새 서로 의지하게 되지만,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게 된다. 작가는 이들이 살아온 인생을 통해 삶과 죽음의 의미를 던진다.
특히 70여 년전 하도리 바닷가에서 일어난 그 일은 안자의 기억 속에 남아 마음을 괴롭힌다. "하도리의 노을은 한라산을 붉게 물들이며 진다. 노을이 지는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안자는 이곳이 좋다"라는 표현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밖에 단편 '슈퍼문이 뜬 밤에 서례섬을 돌다'는 전세 사기와 가난의 대물림 등 현대인들의 고충을 그린다. '꽃 피는 아몬드 나무'는 역사상 위대한 화가인 고흐와 동생인 테오의 삶을 재구성해 보여준다. 푸른사상. 1만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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