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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의 하루를 시작하며] 샤먼에 기대
강민성 기자 kms6510@ihalla.com
입력 : 2020. 09.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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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처형은 환각을 낳고/ 환한 빛 세어 나오는/ 이곳은 따뜻한 지옥이구나 마음의 잔가지/ 불쏘시개삼아 던져 넣고/ 없는 당신에게 없는 길을 묻는다. -계간 '창작21' 2020 봄호 김연 '샤먼에 기대' 中-

2019년 두 다리도, 하늘 길도 자유로웠던 여름 초입, 소중한 인연과 떠났던 두 번째 몽골여행. 몽골은 나에게 가장 고단한 휴식을 안겨주는 곳이다. 끝없이 길 아닌 길들을 지도 한 장에 기대어 달리고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초원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대자연 속 작은 게르에 숨어들어 밤이면 흐르는 은하수에 그날의 위안을 받는다. 무엇을 위해 이토록 고된 여행을 하는가, 라는 물음을 수없이 던지지만 돌아와서 가장 잔상이 오래 남는 곳 역시 몽골이었다. 두 번째 몽골여행은 칭기즈칸의 탄생지이자 어린 시절을 보낸 동부로 향했다. 뜨거운 햇살을 피할 수 있는 곳은 흘러가는 구름그림자가 전부인 대자연 속에서 꼬박 3일을 씻지도 못하고 달려 도착한 다달. 나무로 지어진 캠프를 발견하고 드디어 씻을 수 있다는 반가운 마음에 짐부터 풀었다.

개운하게 씻고 오랜만에 마시는 시원한 맥주로 지나온 길을 더듬고 있었다. 이윽고 짙은 어둠이 깔리고 하나 둘 별이 반짝일 무렵 넓은 마당에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고 있었다. 가운데에 불을 피우고 큰 북을 든 사람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둥그렇게 모여 앉았다. 무슨 일인가 궁금해 물어보니 그날 외지인인 우리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한 가족이었다는 것이다. 그 가족은 일종의 제사를 지내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다. 예기치 않은 상황에 적잖이 당혹스러우면서도 흔히 볼 수 없는 광경에 심장이 뛰었다.

몽골은 샤먼의 본산이기도 하다. 예부터 몽골 부족은 '하늘을 섬기는 민족'이라고 불러왔다. 그들에게 '하늘'은 주로 지상을 떠난 '조상'이다. 지역이나 부족에 따라 신의 종류나 의식의 차이는 있으나 하늘, 땅, 물 등의 자연을 신격화하고 죽은 자를 불러 미래를 묻거나 사악한 기운을 쫒아내는 형태를 취한다.

샤먼이 북을 치며 춤을 춘다. 먼발치에서 바라본 샤먼의 춤사위는 단조로운 듯 웅장했다. 춤사위가 멈추자 사람들이 한 명씩 샤먼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이며 물음을 던지고 샤먼은 대답을 한다. 들리지 않고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물음의 종류는 다를 수 있지만 끊임없이 헤매길 반복하는 삶의 길 위에서 누구나 그리워 기대고픈 '죽은 자' 한 명씩은 가슴에 담겨 있을 테니. 나 역시 종교는 없으나 일상의 이정표가 제자리를 맴돌 때면 나지막이 돌아가신 아버지를 부르곤 한다.

하늘에 이유를 묻고 싶은 날들이 길어진다. 2019년과 너무도 다른 2020년을 보내며 사람들은 각각 섬이 돼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는 오늘이다. 많은 사람들이 흔들리는 삶의 이정표 앞에서 헤매기도 할 것이며 그럼에도 길을 찾고 있을 것이다. 요즘 때때로 모닥불 앞에서 춤을 추는 샤먼의 모습이 떠오른다. '마음의 잔가지' 무성한 날들, 없는 사람에게 없는 길을 묻고 싶은 날들이다. 그런데 그거 아는가. 미래를 묻는 자에게 샤먼은 대부분 '네가 믿고 있는 것들이 옳다. 흔들리지 말고 가라'라는 대답을 건넨다고 한다. <김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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