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영석의 백록담] 단체관광객을 냉대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위영석의 백록담] 단체관광객을 냉대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 입력 : 2025. 06.30(월) 02:00
  • 위영석 기자 yswi@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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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필자는 1993년에 한라일보에 입사한 후 2000년대 중반 관광분야 취재를 담당했다. 그때만 해도 1000만 관광객을 큰 가치로 내세우며 양적 관광을 추구하던 때였다. 그 시절 언론에서 지속적으로 행정이나 관광업계에 요구하던 게 바로 질적 관광이다. 수학여행단 100명을 유치하느니, 개별관광객 10명을 유치하기 위해 쇼핑 등 관광 인프라를 갖춰 1인당 소비액을 높여 제주관광의 품격을 높여보자는 취지였다.

이후 2010년대는 오버투어리즘 논쟁이 뜨거웠다. 제2공항이 추진되고 중국인의 투자가 계속되면서 제주의 현실을 되돌아보며, 수용력을 벗어난 제주도를 미래세대에게 물려줘야 하느냐의 논쟁이 제주의 화두였다. 한마디로 관광객이 너무 많이 와서 모든 면에서 한계에 봉착했고 이를 적정선에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여행이 어려운 시기 제주관광의 역대급 호황을 누렸다.

그러던 제주관광이 언제부턴가 오버투어리즘에 대응해 제기됐던 환경보전기여금제 논란이 쏙 들어갈 정도로 침체되고 있다. 오영훈 지사는 지난해 4월 제주자치도의회 임시회 도정질문에서 "내국인 관광객을 1300만명으로 유지하면서 외국인 관광객을 더 확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며 환경보전기여금제에 대한 논의를 유보했다.

오 지사의 예측은 빗나가지 않았다. 고물가와 바가지 이슈가 제기되고 엔저현상으로 내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은 일본이나 동남아로 향했다. 제주지역 골프장 내장객도 하염없이 줄고 있다. 현재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골프장 내장객은 200만명 이하로 추락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제주관광 상황이 악화되자 제주자치도가 올해 단체관광객 유치에 나섰다. 이달부터 동호회는 물론 수학여행단에게도 인센티브를 지원한다. 제주를 찾는 수학여행단에는 안전요원 고용비 또는 차량 임차비를 지원해준다. 여기에 15명 이상 여행사 모집 단체나 자매결연 단체, 동호회 스포츠단체에는 제주공항에 내리면 지역화폐인 '탐나는전'으로 1인당 3만원을 지원해준다. '탐나는전'은 제주에서만 사용되는 만큼 바로 소상공인들의 매출로 이어지고 다시 지역경제 활성화로 선순환된다는 논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같은 제주자치도의 노력으로 제주를 찾는 관광객의 감소세가 줄어드는 양상을 보인다. 내국인 관광객은 지난 달 말까지 9.8% 줄었지만 이달 들어선 감소세가 6%까지 줄었고 '탐나는전' 인센티브 문의로 1일 평균 800건가량 이어지고 있다.

제주는 분명 관광으로 먹고 사는 도시다. 역대 도지사들이 그래도 외부 영향을 덜 받고 자립이 가능한 지역경제로 유도하기 위해 산업구조 개편에 대한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왔다. 오영훈 지사도 임기내 상장기업 20개 유치를 약속했지만 아쉽게도 단 한 개도 이뤄지지 않았고 제주는 오히려 다시 관광산업에 종속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다시 한 번 산업구조 개선을 위한 제주도정의 분발을 촉구한다. <위영석 뉴미디어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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