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용건의 월요논단] 검은백조와 회색코뿔소

[서용건의 월요논단] 검은백조와 회색코뿔소
  • 입력 : 2020. 06.01(월) 00:00
  •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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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risk)관리 측면에서 검은백조와 회색코뿔소라는 용어가 있다. 검은백조(black swan)는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일어나는 상황을 말한다. 미국의 투자전문가인 나심 탈레브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예언하면서 처음으로 쓴 용어이다. 검은백조는 극히 드물게 실제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하얀색이기 때문에 고정관념이 생겨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믿게 된다. 이번 코로나사태도 이렇게 수 개월만에 전 세계로 대유행이 될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측을 못했다. 빌 게이츠가 5년전 바이러스의 대유행 가능성에 대해 경고를 하며 각 국 정부가 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를 믿고 선제적인 대비를 한 정부는 없었다. 빌 게이츠가 검은백조가 나타날 수 있다고 얘기했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검은 백조의 존재를 알지 못했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나마 이전에 바이러스 유행을 겪은 대만, 홍콩,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대응이 빨랐다.

검은백조가 예측이 불가능한 위험요소라면 회색 코뿔소는 충분히 예측을 할 수 있는데 대비를 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는 위험요인을 말한다. 2013년 다보스포럼에서 미셸 부커 세계정책연구소 소장이 처음으로 말한 용어이다. 코뿔소는 몸집이 거대해 멀리서도 눈에 잘 띄며 진동만으로도 움직임을 느낄 수 있지만 코뿔소가 달려오면 두려움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을 비유했다. 한국 경제에 회색코뿔소는 대표적으로 '인구감소'와 '미중 갈등' 위험요인을 들 수 있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대처는 쉽지 않다. 우리가 검은백조인 코로나 위기를 극복한다고 해도 회색 코뿔소는 계속 달려오고 있다. 회색코뿔소는 구조적이며 장기적인 문제이다.

검은 백조와 회색 코뿔소가 동시에 나타난 지금 개인과 기업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 첫째, 위험관리를 최우선하는 전략을 세우고 대비를 해야 한다. 미래사회는 근본적으로 위험사회이다. 따라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위기상황을 고려해 2-3가지 시나리오별로 대응전략을 수립해 플랜B와 플랜C를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둘째, 이제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가 진리이다. 개인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인 소확행을 추구하고 일상에 감사하는 최소주의적 철학이 필요해 지고 있다. 기업은 상황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소규모 수평적 조직으로의 혁신이 요구된다. 주, 한달, 분기단위별로 목표를 조정하고 민첩하게 변화상황을 전략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하겠다. 끝으로 상황이 어려울수록 상대방을 더 이해하고 포용하며 협력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은 인류가 검은백조인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고 거기에 우리에게는 회색코뿔소라는 기저질환이 있다. 각자도생의 논리가 힘을 싣고 폐쇄적, 이기적 태도들이 만연하다. 어쩔 수 없이 비대면 온라인 이용이 급증하면서 편리성은 늘었지만 동시에 타인에 대한 몰이해도 늘어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서용건 제주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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