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공적인 문제들은 항상 법을 앞세우는 가면의 뒤편에 숨어있다. 국민을 무시한 권력 남용이 나라를 망치는 계엄선포를 불러 우리가 환장하던 그 시간에도 제주도 제주시 애월읍 광령리 384번지에서는 주민을 무시하는 부패 행정이 부른 폐기물종합처리업체가 슬그머니 문어발을 뻗고 있었다.
발단은 마을의 한 주민이 당시 마을의 선배 격인 리장과 개발위원장에게 내민 '하이샷시 폐기물을 수집·절단해 필요업체로 공급하겠다'는 소박한 취지의 하이샷시 재활용업 사업확인서였다. 두 사람은 서류에 적힌 폐기물 품목에 폐폴리염화수지, 폐합성수지, 유리 세 가지만 있어 큰 의심 없이 선의로 직함을 내려놓고 직인이 아닌 개인 서명을 했다.
그러나 뒤늦게 확인된 사업확인서는 폐기물종합재활용업에 대한 마을의 동의서로 왜곡 활용돼 있었다. 품목도 폐목재, 폐가구, 폐비닐이 추가된 여섯 가지로 늘어나 있었다. 심지어 공장용 창고 건축까지 신청돼 있었다.
해당 폐기물종합재활용업체인 지우개발이 허가받은 재활용 유형은 단순 가공이 아닌 폐기물 분류코드 R-10-1로, '폐기물에서 열처리 기법과 생물학적 처리 방법 등을 통해 화력 발전소와 열병합 발전소의 연료로 사용하는 에너지를 회수하거나 회수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유형'을 말한다. 즉 인체에 해로운 열기, 소음, 진동, 미세먼지, 지하수 오염 등 환경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뜻까지 내포한 것이다.
업체가 사적 친분을 악용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두 사람은 제주시청에 확인 서명 철회를 요구했고, 주민의 동의가 없다는 근거를 끌어냈다.
하지만 애월읍은 사업체가 들어설 해당 마을에 응당 했어야 할 폐기물종합재활용업 사업계획서 접수 알림을 하지 않았고, 광령1리는 사업에 대한 인지를 미처 하지 못해 철회 요구를 할 기회를 놓쳤다. 이러한 애월읍의 방만 행정에도 불구하고 제주시는 적반하장 격으로 '열람 기간 중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사업의 허가 사항이 주민 동의나 마을의 허가 사항이 법적인 것이 아니'라며 마을의 요구를 묵살했다.
이에 마을 측은 업체 대표와 사업장 부지를 매수키로 합의서 작성까지 했으나 막판에 업체 측 토지주인 동우산업의 반대 핑계로 무산됐다. 결국 마을 측은 제주시에 탄원했고, 주민을 무시하는 똑같은 답만 돌아와 결사항전에 나섰다.
이는 마을의 당연한 권리를 찾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도에서 간과한, 사업장에서 불과 600m 반경 안에 있는 무수천의 우수한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를 막아 보자는 것이고, 또 근처의 관정 하나가 오염된 현실을 알리며, 업체가 흘려보내게 될 오폐수 처리수가 외도 수원지로 흘러들어 인근 마을의 생존권까지 위협하는 등의 문제를 미리 대비하자는 취지도 있다.
지금은 대(大)민주주의 선거철이다. 주민의 생존권마저 무시하는 오 도정의 오만 무능한 탁상행정, 이제 그만 끝낼 때도 됐다. <고나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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