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의 한라시론] 부동산 개발로 전락한 제주 신항만 계획 재검토돼야

[이영웅의 한라시론] 부동산 개발로 전락한 제주 신항만 계획 재검토돼야
  • 입력 : 2025. 05.01(목) 06:00
  •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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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최근 해양수산부가 제주 신항만 건설 기본계획 변경 고시를 하면서 잠잠했던 신항만 건설계획이 회자되고 있다. 신항만 계획은 제주시 삼도동, 건입동, 용담동 공유수면 일대 514만9000㎡ 규모의 항만시설과 관광·상업시설 등 복합지구를 개발하는 내용이다. 이번 변경 고시를 통해 물류 부두와 크루즈로 전환하고, 제주외항을 여객 전용부두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또 현재 제주내항의 항만 기능을 없애고, 민자유치를 통해 재개발할 예정이다.

해수부와 제주도의 신항만 건설계획에 우려가 제기되는 문제를 하나하나 살펴보자.

첫째, 제주 신항만 계획의 본질은 항만 건설이 아니라 부동산 개발사업이다. 신항만 건설의 총 예산은 3조8278억원이고 이중 민간자본 1조3025억원이 포함돼 있다. 민간자본은 항만배후부지 개발에 투자되며, 관광 및 상업시설 등을 조성하게 된다. 항만배후부지 총면적은 80만9100㎡로 전체 바다매립 면적(126만7800㎡) 대비 64%에 이른다. 결국 상당한 규모의 부지가 항만시설이 아닌 민자유치를 통해 관광·상업시설을 위한 부동산 개발이 되는 것이다. 이는 결국 사업의 본질을 훼손하고, 과다한 바다매립으로 주민 생존과 생태계 파괴를 가중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둘째, 제주권역 항만의 효율적 운영방향에 관한 문제이다. 현재 도내 화물 물동량의 80% 이상이 제주항으로 집중돼 있다. 지난해의 경우 제주항이 부담한 물동량은 85%에 이른다. 이에 비해 애월항, 한림항, 화순항, 성산포항의 물동량은 감소하는 추세다. 제주항에 집중되다 보니 편중 현상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신항이 개발될 경우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제주도는 도내 항만 물류의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항만 물동량 분산과 기능별 특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지만 신항만 계획을 보면 이율배반적인 계획이 추진되고 있는 셈이다.

셋째, 기존 항만시설의 유지와 적정규모 계획 수립 의무가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제주신항만 건설기본계획 수립 및 예정지역 지정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을 보면 환경부는 기존 항만을 숙박시설, 관광시설 등으로 재개발을 통해 폐쇄하면서 신항만 구역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기존 항만시설을 유지·운영하라고 했다. 하지만 해수부와 제주도는 환경부의 지적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기존 항만기능을 폐쇄하고 신항만 구역을 넓히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넷째, 생태적으로도 문제가 크다. 신항만 건설 예정지역 전체는 해양생태계 1등급 권역에 해당한다. 해양보호생물의 주된 서식·산란지 및 이동경로 또는 해양생태계가 특히 우수하거나 경관이 수려한 해역을 대상으로 지정한다. 더욱이 매립 예정지는 이 지역 해녀들의 터전인 마을공동어장과 겹치는 해역이다.

항만 건설은 백년지계의 사업이다. 신중한 검토와 도민 공론의 과정을 통해 결정해야 하며, 지금 계획은 우선 중단하는 것이 옳다.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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