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觀] 대소동의 여름

[한라일보] 국내 최초의 장르 영화제를 표방하며 출발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어느덧 28회째를 맞았다. 30년 가까이 세계의 온갖 장르 영화를 선보인 이 영화제는 늘 한여름의 폭염과 장마 기간에 맞물려 펼쳐진다. 가을 바…

[영화觀] 방랑자의 자리

[한라일보] 영화 [다우렌의 결혼]은 카자흐스탄에서 펼쳐지는 한 편의 소동극이다.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데뷔하기 위해 애를 쓰다 보니 어느덧 낯선 카자흐스탄에까지 오게 된 조연출 승주가 머물 곳을 찾아 헤매는 이야기가 그…

[영화觀] 보고 싶은 얼굴

얼마 전 단편 영화제 심사를 보다가 함께 심사에 참여한 다른 심사 위원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코미디 장르에 까다로운 편이시군요".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나는 웃으라고 만든 영화에 그냥 웃기가 어려운 사람이었는지 코…

[영화觀] 널 뛰는 마음

[한라일보] 최근에 본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는 보이스 피싱에서 더욱 진화한 범죄인 로맨스 스캠을 다루고 있었다. 외로운 사람의 마음을 파고드는 악독하고 지독한 범죄를 다룬 프로그램의 댓글창을 열어 보니 2차 가해라고 …

[영화觀] 그리워하다

[한라일보] 이토록 충만하고 더없이 허망한 감정과 상태를 꼽자면 그리움이 아닐까. 누군가를 위해서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어디로도 갈 수 없는 마음과 몸의 불일치, 명확한 대상과 불명확한 거리 사이에 놓인 자가…

[영화觀] 당신을 믿지 마세요

[한라일보] 계획을 세우는 일은 미래를 그려보는 일이다. 가늠할 수 없는 것들을 가능하게 만들려는 이 곡진한 시도들이 우리의 삶을 채우고 있다. 한 치 앞도 알 수가 없는 삶의 흐름에서 그렇게 우리는 닥쳐오는 파도를 타려고…

[영화觀] 거짓말이 보이면

[한라일보] 외로움은 치명적인 질병이다. 언제 누구를 급습할지 예측할 수가 없고 그 크기와 위력을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지독한 내상은 그래서 한 사람을 송두리째 바꿔 놓기도 한다. 하지만 쉬이 드러나지 않기에 그 …

[영화觀] 구도의 구도

[한라일보] 영감은 떠오르지 않고 번뇌는 따돌릴 수가 없다. 겨우 한 문장을 만들어 내는 일에도 말이다. 삶이라는 광야에서 맞닥뜨리는 언덕과도 같은 이 순간들은 그렇게 우리를 스스로의 안으로 깊이 골몰하게 만든다. 너무 …

[영화觀] 그때의 우리

[한라일보] 미래를 꿈 꾸는 초입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방향치 일 수 밖에 없다. 마음은 이미 저 앞까지 달려 나가고 있는데 그 속도에 익숙하지 않은 몸은 제자리 뛰기를 반복하고 있는 듯한 시절이 누구에게나 있었을 것이…

[영화觀] 아름다운 통증

[한라일보] 사랑니는 '어금니가 다 난 뒤 성년기에 맨 안쪽 끝에 새로 나는 작은 어금니'를 말한다. 이 작은 어금니가 입 안에서 자리를 잡을 때 첫사랑을 앓듯이 몹시 아프다고 해 '사랑니'라는 명칭이 붙게 됐다고 한다. '사랑니…

[영화觀] 우연과 안도

[한라일보] 홍상수 감독의 서른 한 번째 영화 [여행자의 필요]는 그의 다른 작품들 만큼이나 그 제목을 내내 곱씹게 만든다. '여행자'는 상태일까 혹은 형태일까, '여행'이란 움직임은 전이일까 또는 변이일까. 그렇다면 어찌 되…

[영화觀] 풍덩의 찰나

[한라일보]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에는 유명한 대사가 있다. 영화의 여주인공 춘희가 말하는 '사랑이 처음부터 풍덩 빠지는 줄만 알았지 이렇게 서서히 물들어 버리는 것인 줄은 몰랐다'는 대사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보는 …

[영화觀] 4월의 말들

[한라일보] 4월 극장가는 전통적인 비수기로 불린다. 겨울방학과 명절 시즌, 아카데미 특수를 모두 지나올해 4월의 극장가에는 해외예술영화와 한국독립영화들이 사이 좋게 스크린에 걸린 채로 관객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

[영화觀] 찾아가세요

[한라일보] 죽음은 끝이 아니라고, 우리는 죽어서도 영원히 헤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어떤 사랑들은 맹세한다. 죽음이 두렵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그 두려움을 극복할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자들의 확신이 하는 발화, 그러니까 …

[영화觀] 믿어주지 않는 얘기

[한라일보] 진짜와 가짜 사이, 진실과 거짓 사이, 응원과 비난 사이 그리고 나와 너 사이. 우리는 혼돈의 세상 속에 살고 있다. 촌철살인의 살인, 시대의 징후가 만연하다. 장강명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안국진 감독의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