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새로운 상처를 받는다. 의도와는 무관한 타인의 말 한마디에, 또다시 저질러버린 스스로의 실수에, 내심 기대했던 행운이 도착하지 않는 실망의 순간에 서럽고 한심하며 낙담한 마음으로 무너져 한 발자국도 움직…
누군가의 얼굴을 가장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창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극장의 스크린일 것이다. 거대한 창의 밖에서, 관객의 안으로 천천히 또는 갑자기 들어오는 낯선 손님, 우리는 스크린을 통해 다가오는 배우의 얼굴…
어느덧 2021년 12월도 중반으로 접어들었다. 지난 해에 이어 코로나 여파를 직격으로 맞은 극장가는 올해도 적말할 정도로 한산했다. 올해 최고 흥행작인 '모가디슈'가 360만의 관객을 모으며 선방했지만 지난해 최고 흥행작인 '다…
처음으로 영화라는 매체에 설렜던 기억은 유년 시절 접한 다채롭고 알록달록한 만화 영화들에서 시작됐지만 처음으로 영화관이라는 공간에 매혹되었던 것은 17살,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아마도 살면서 가장 많이 영화를 보러 …
로맨스는 가장 일상과 가까운 장르다. 어쩌면 오늘 내게도, 당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평범하고 익숙한 사건들로 만들어진 장르인 로맨스. 일상성을 기반으로 하는 로맨스 장르의 자장 안에는 흥미롭게도 신파도 코미디도 심…
지난 11월 17일 개봉한 변규리 감독의 은 커밍아웃한 성소수자 자녀들을 둔 어머니들인 비비안과 나비를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이와 같은 영화에 대한 짧은 설명만으로도 이미 마음이 먹먹해지는 무거움이 느껴진다…
전통적으로 매년 11월은 영화관의 비수기다. 명절을 낀 연휴가 없고 대작들이 개봉하는 시즌이 아닌 11월의 극장가는 늘 한산했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극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긴지 오래다. 천만…
휴가라는 이음절의 단어는 강력하다. 그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두근거리고 계획을 세우는 모든 순간이 달콤하게 느껴진다. 지금 나의 고단한 일상을 벗어나는 시간, 처리해야 할 일들과 지켜야 할 약속들을 유예할 수 …
언젠가 먼지 쌓인 앨범을 뒤적이다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을 다시 보게 됐다. 나는 지금의 나와 닮은 꼬마였고 대부분의 사진 속에서 엄마에 기대어 서있거나 엄마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꼬마 곁에 있거나 그를 바라…
, 등의 작품으로 잘 알려진 드니 뵐뇌브 감독의 이 드디어 극장에서 공개되었다. SF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휴고 최우수장편상을 수상한 프랭크 허버트의 방대한 원작을 각색한 드니 뵐뇌브의 영화 은 그야말로 대하SF의 서막을 …
무언가 힘에 부치고 어려운 일에 맞닥뜨렸을 때 생각한다. 지금의 나 혼자 온전히 이 일을 감당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나들이 모여 지금의 난관을 함께 헤쳐 나갈 것이라고 그러니 너무 걱정은 하지 말자고. 과거는 흑역사와 …
누구의 삶에도 정답은 없지만 유독 내 인상에는 오답이 많은 것 같다고 느낄 때가 있다. 나는 왜 문제를 잘못 이해하고 남들과 다른 답을 내놓을까 자책하며 무너져 내릴 때, 네 답이 맞는 거라고 틀린 너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
꿈은 희망일까 절망일까, 욕망일까 원망일까. 어떤 꿈은 합당하고 어떤 꿈은 부당한가. 꿈의 기한은 스스로가 정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아니면 누구라도 붙잡고 아직도 꿈 꾸는 중인 것이 맞는지 물어봐야 하는 것일까. 주식 부…
무언가를 좋아하게 되면 어딘가로 가게 된다.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은 콘서트가 열리는 공연장을 찾고 책을 좋아하는 이들은 서점과 도서관으로 향한다.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은 코로나 시국임에도 불구하고 주기적으로 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