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나해의 하루를 시작하며] 여름철 제주 농산물, 해상 물류비를 넘어 구조 혁신 돼야

[고나해의 하루를 시작하며] 여름철 제주 농산물, 해상 물류비를 넘어 구조 혁신 돼야
  • 입력 : 2025. 07.09(수) 02:00
  • 김미림 기자 kimmirim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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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여름철 제주 농업은 관광 산업 못지않게 바쁘다. 브로콜리, 방울토마토, 당근, 풋귤 등 다양한 채소와 과채류가 본격적으로 육지 소비지로 출하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출하 이후다. 신선한 농산물들이 긴 운송 시간과 복잡한 유통 단계 속에서 상품성이 떨어진 채 소비자에게 도달한다. 제주도는 이를 완화하기 위해 해상 물류비와 육상 운송비를 보조하고 있지만, 이 제도는 근본적인 유통 구조의 비효율을 해결하지 못한 채 임시 처방에 머물러 있다.

구좌읍의 한 방울토마토 재배 농가는 여름철 하루 300㎏ 이상을 수확한다. 하지만 선박 일정은 하루 늦게 공판장에 도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해서 당일 배송분과 하루 차이로 도매 단가가 30% 이상 차이 나기도 한다.

애플망고를 재배하는 한 농가는 백화점 납품 계약을 앞두고 항공 배송을 타진했지만, 비싼 항공 운임에 결국 출하를 포기했다. 이틀 뒤 해상으로 도착한 망고는 고급 과일 매장에서 팔리지 못하고 중도매상으로 넘어갔다.

더구나 현재 해상 물류비 지원은 출하량 기준의 정액 보조여서, 대규모 농가에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만 소규모 농가에는 체감 효과가 거의 없다. 물류 예약 자체가 어려워 육지 출하를 포기하거나 지역 직매장 중심의 한정된 유통에 머물러야 한다.

이제, 제주도 농산물 유통은 단순한 보조금을 넘어서는 유통 구조 혁신이 절실하다. 우선 통합 물류 거점센터를 구축하고, 조직화된 물류체계를 통해 단가를 낮추고 출하 효율을 높이는 지역 단위의 농산물 집배송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고부가 작물에 대한 항공 유통 지원이 필요하다. 애플망고, 풋귤, 방울토마토 등 여름철 프리미엄 작물은 신선도 유지가 판매가를 좌우한다. 항공 운송비지원은 물론 제주공항 내 전처리 물류 존을 설치해 상품 분류, 포장, 스캔을 현장에서 끝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스마트 물류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IoT 기반의 콜드체인, AI 수요예측 시스템을 통해 물류 지연을 최소화하고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다. 이는 고부가가치 작물의 상품성을 높이는 핵심이다.

디지털 물류정보 공유 시스템 구축도 필수적이다. 현재 대부분 농가는 출하 일정이나 물류 현황을 전화나 수기 장부로 관리하고 있다. 이는 오배송, 예약 누락, 선박 중복 등 물류 혼선을 유발한다. 제주도는 통합 물류 플랫폼을 도입해, 농가-물류업체-도매시장 간 실시간 출하 및 배송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민간 물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정책 지원의 정확성과 투명성도 강화한다.

유통비를 덜 들게 만드는 구조,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제주도 농산물 유통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진짜 정책이다. 여름철 제주의 뜨거운 땅에서 농부의 피땀 어린 손길로 자란 농산물들이 바다를 건너 헛되지 않으려면, 이제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 보조를 넘는 유통 혁신, 지금이 그 시작점이다. <고나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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