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觀] 사랑의 경로

[한라일보] 한 눈에 반하거나 서서히 스며들거나 사랑은 누구에게나 어떤 식으로든 시작되기 마련이다. 사랑의 공평함이 근사한 이유다. 그런데 여전히 이 사랑의 평등함을, 그 눈부심을 비교하고 절하하는 세상을 살고 있다는 …

[영화觀] 영웅의 반대말

[한라일보] SBS 금토 드라마는 사적 복수극의 릴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열혈사제', '모범택시'시리즈에 이어 최근 방영 중인 '지옥에서 온 판사'까지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동반한 영웅 서사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 …

[영화觀] 눈물의 맛

[한라일보] 할머니를 생각하면 늘 아랫 입술이 윗 입술을 덮곤 한다. 울음을 참는 아이처럼 되어 버리는 건 언제나 순식간이다. 나는 두 할머니 모두의 임종을 내가 살던 집에서 맞았다. 친할머니와는 10살 남짓 때부터 서른이 넘…

[영화觀] 희망은 우리 별에 있어

[한라일보] 그대를 만나고 그대의 머릿결을 만질 수가 있어서, 그대와 마주보며 숨을 쉴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가수 이적은 노래한 바 있다. 다행이라니, 그건 기적이 아닌가. 세상의 수많은 손과 머릿결 중에 어떻게 두 존재가 …

[영화觀] 당신 자신과 우리의 것

[한라일보] 내가 누군지는 내가 제일 잘 안다고 오만을 부릴 때 가장 외로웠다. 누구에게도 곁을 내주지 않고 오도카니 벽을 쌓고 있을 때 몹시 힘에 부쳤다. 세상의 누구도 나를 이해할 수 없을 거라며 자조할 때는 눈물이 났고 …

[영화觀] 나의 뒤에는

[한라일보] 지금 이 글을 시작하면서도 드는 생각이다. 나와 편집 기자님을 제외하면 과연 누가 이 글을 읽게 될까. 읽어 줄까, 마음에 들까. 벌써 5년 넘게 하는 걱정인 동시에 고민이다. 빈 여백을 채워 나가면서 나는 내가 봤던…

[영화觀] 자리와 거리

[한라일보] 2024년 추석 극장가의 흥행 승자는 9년만에 돌아온 천만 영화의 속편 '베테랑 2'가 될 것이라는 기사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서너 편의 대작들이 극장가를 찾던 명절 대목은 이제 옛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영화觀] 초록을 잇다

[한라일보] 대도시의 사람들은 늘 자연을 갈망한다. 빌딩 숲을 거닐며 바쁘게 일상을 살아가다 누적된 피로를 어렵게 찾아낸 자연을 마주하며 비로소 해소한다. 주말의 캠핑족들은 자연 속에서의 불편을 기꺼이 감수하며 자연…

[영화觀] 러브 미 라이크 디스

[한라일보] 날카로운 냉소와 무해한 다정, 극과 극에 위치한 것 같은 말들 사이에서 어느 한 쪽으로도 넘어가지 못하는 기분일 때가 많은 요즘이다. 세상은 점점 극악무도하게 변해가고 있고 한편으로는 이 모든 잔인한 변화들…

[영화觀] 행복을 찾아서

[한라일보] '헬조선'과 '소확행'사이에는 얼마만큼의 거리가 존재할까. 가끔은 저 두 조어들이 사실은 등을 딱 맞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넘치는 불만 속에서도 엄지와 검지를 사용해 잡아 드는 작고 가느다란 …

[영화觀] 복수는 나의 것

[한라일보]복수의 끝에는 무엇이 남을까? 내내 끓어오르던 분노가 차갑게 식는 쾌감? 쌓여 있던 억울함이 해소된 이후의 허무? 하지만 어떤 방식의 복수 후에도 모든 것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분노와 억울함으로 얼룩져 있…

[영화觀] 애프터 라이크

[한라일보]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이에서도 좋아한다는 말은 서로에게 큰 응원과 벅찬 설렘이 된다. 특히 그 말을 용기 있게 꺼내는 화자의 확신은 당당하게 빛나기 마련이다. 당신을 좋아합니다. 당신의 춤을, 그림을, 글을, 속…

[영화觀] 지옥에서 보낸 한 철

[한라일보] 지옥은 어디에나 있지만 천국 또한 어떻게든 발견할 수 있다. 인생에서 몸과 마음의 지옥을 만나는 일은 생각 보다 더 빈번해서 우리는 늘 절망이라는 말을 잊지 못한 채 살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도와 희망의 …

[영화觀] 오, 헐리우드

[한라일보]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 지구 내에 있는 헐리우드는 일명 '꿈의 공장'으로 불린다. 전세계 영화 팬들을 설레게 만드는 작품들이 수도 없이 태어났고 태어나고 있는 '영화라는 꿈'의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라…

[영화觀] 나의 우물에서

[한라일보]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어쩌면 외로움에 쉽게 체하지 않는 상태가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다. 떠들썩한 무리에서 홀로 빠져나오는 순간에 느끼는 안도, 타인과의 접점을 줄여도 수축되지 않는 삶의 부피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