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觀] 약속의 장소

[한라일보] 슬픔에 대해서는 공부해야 한다. 우리의 생에는 자주, 덜컥 슬픔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슬픔의 방문을 막을 도리는 없다. 문을 걸어 잠그고 있어도, 방 안에 웅크리고 슬픔을 외면하려 해도 찾아온 슬픔은 쉽게 떠나…

[영화觀] 너의 우리는

[한라일보] 사람이 태어나서 혈연이 아닌 가장 가까운 관계를 맺는 최초의 타인을 우리는 친구라고 호명할 수 있을 것 같다. 놀이터에서 흙장난을 함께 하고 유치원에서 낮잠을 함께 자고 학교 입학식에서 우연히 내 옆에 서 있…

[영화觀] 사랑의 자격

[한라일보] 소파에 앉은 거구의 남자가 게이 포르노를 보며 자위행위를 한다. 보통 거구가 아니다. 자신이 앉은 소파가 좁아 보일 정도고 자위 행위 자체가 불가능해 보일 정도이다. 그의 쾌락을 향한 시도는 실패로 돌아간다. …

[영화觀] 소희의 처음

[한라일보] 아직 고등학생이다. 졸업 전이고 실습을 나왔다. 콜센터이지만 대기업이라고, 좋은 취직 자리라는 말에 들뜬다.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치는 흉내를 내며 활짝 웃는다. 소희의 처음은 그랬다. 어떤 일이든 벌어질 것을 …

[영화觀] 거대한 자유

[한라일보] 겨울의 막바지였던 지난 주말에는 가족 여행으로 수안보에 다녀왔다. 온천이 유명한 곳 정도로만 알고 있었던 곳인데 막상 가보니 제천과 단양, 충주의 다양한 관광명소들을 오가기 적합한 곳이기도 했다. 청풍명월…

[영화觀] 광란의 사랑

[한라일보] '위플래시'와 '라라랜드'로 평단과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신작 '바빌론'은 여러모로 실패작에 가깝다. 3시간이 훌쩍 넘는 러닝타임은 난잡하고 장황하며 구구절절한 데다 엔딩에 이르면 실…

[영화觀] 타인의 심연

샬롯 웰스 감독의 데뷔작 '애프터썬'은 딸인 소피가 아빠인 캘럼과 20년 전 단 둘이 떠났던 튀르키에 여행을 추억하는 이야기다. 둘만의 기억이 담긴 오래된 캠코더 속에서 다시 살아나는 그해 여름. 거친 입자의 화면 속에 남겨…

[영화觀] 사랑의 이해

[한라일보] JTBC드라마 '사랑의 이해'는 서로 다른 위치에 놓인 네 남녀가 서로에게 다가서고 멀어지며 이해와 오해를 반복하는 시간들을 담아낸 이야기다. '도대체 사랑이 뭐길래'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이들은 지겹고 고통…

[영화觀] 당신 얼굴 앞에서

[한라일보] 누군가의 얼굴은 어떻게 각인되고 그 각인은 얼마나 지속될까. 수없이 많은 닮은꼴들 사이에서 유일한 단 하나를 잊는 일에는 얼마큼의 기간이 필요할까. 19금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 천만 관객을 열광시킨 좀비 블…

[영화觀] 소담의 대담

'천하장사 마돈나',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그리고 '독전'을 연출한 이해영 감독의 신작 '유령'은 감독의 개성이 도드라지는 감각적인 시대극이다. 전작들을 통해 '외로운 이가 놓인 낯설고 아름다운 세계, 그곳에서 만난 운…

[영화觀] 뚫고 지나가자

[한라일보] 연초의 다짐들이 무색해지는 순간이 있다.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오는 무력감과 의구심들이 녹지 않은 눈처럼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가 호기롭게 시작한 발걸음을 주저하게 만드는 경험. 그렇게 넘어지고 주저앉은 상…

[영화觀] 비명의 기록

[한라일보] 어딘가의 언어로 만들어진 누군가의 이름을 호명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이고 무게일까. 누군가의 삶을 통째로 지우려는 망각의 폭력이 아무렇지 않게 자행되고 있는 지금의 우리에게 영화 '페르시아어 수업'이 찾아…

[영화觀] 먼저 취하는 건 반칙이에요

[한라일보] 올해의 마지막 대작 두 편이 국내 극장가를 점령하고 있다. [해운대]와 [국제시장]으로 두 편의 천만 영화를 탄생시켰던 윤제균 감독의 뮤지컬 영화 [영웅]과 역대 전세계 흥행 순위 1위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

[영화觀] 메리 론리 크리스마스

[한라일보] 올해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머라이어 캐리의 캐럴이 다시 울려 퍼지고 제과점에선 크리스마스 케이크 예약 판매를 진행하고 크리스마스이브의 호텔은 예약이 가득 찬다. 손 글씨로 적은 카드와 정성스…

[영화觀] 우리가 겨울을 지날 때

[한라일보] 겨울은 명백한 계절이다. 특히 가난한 청춘에게 유독 그렇다. 뜨거운 여름도 만만치 않은 힘든 계절이긴 하지만 묘하게도 여름과 청춘은 긍정적인 기운을 만들어 낸다. 흐르는 땀방울도 싱그럽고 벅차게 뛰는 몸짓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