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觀/ 콘클라베] 포기의 반대말

[한라일보] 신과 인간 사이에서 생을 사는 이들이 있다. 모두가 신을 믿지는 않지만 믿는 이들에게 신은 막강한 존재다. 신의 힘을 그저 권력 이라고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신은 존재하나 실체로 모두를 설득할 수 없고 그 힘은…

[영화觀/ 노스페라투] 나의 비밀 지옥

[한라일보] 산 자들은 죽은 자를 두려워 한다. 죽은 뒤에 넋으로 남는 '귀신'이라는 불분명한 형체에게는 더욱 그렇다. 확인할 수 없으나 감지할 수 있는 그것이 '죽음'이라는 공포와 가장 가깝기 때문이다. 그런데 많이들 하는 …

[영화觀] 미지의 세계

[한라일보] 2025년도의 미술관에서 1956년도에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영화를 관람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진행 중인 20205년 MMCA 필름앤비디오의 첫 번째 프로그램 프로그램 덕이었다. 타이틀에 걸맞게 미술, 건축, 음악, …

[영화觀] 덜 고통스럽고 더 인간적인 일

[한라일보] 20대에 만났던 친구들과 자주 향하던 곳은 퇴근 후의 술집이었다. 그때는 별 다른 이유 없이 모여서 마시고 떠들고 노래하며 새벽을 맞곤 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서 친구들의 얼굴을 보게 되는 곳은 결혼식장이…

[영화觀] 오디언스와 환상의 문

[한라일보] 타셈 싱 감독의 [더 폴: 디렉터스 컷](이하 [더 폴])이 지난 해 크리스마스 개봉 이후 2달이 채 안되는 시점에 11만 관객을 돌파하는 흥행세를 보이고 있다. 전국 70개가 되지 않는 상영관에서 시작한 [더 폴]의 이와 같…

[영화觀] 어쩌다 마주친 그대

[한라일보] 가끔은 스스로가 한겨울의 나무처럼 느껴질 때가 있을 것이다. 버석하게 마른 몸이 앙상하게 느껴지고 새싹이 돋아날 봄은 어쩐지 오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때는 예고 없이 찾아와서 기한 없이 머무르기도 한…

[영화觀] 어둠에 눈 뜰 때

[한라일보] 영웅은 어떻게 역사에 남는가. '영웅'의 사전적 의미는 지혜와 재능이 뛰어나고 용맹하여 보통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람이다. 여기에서 눈길을 끄는 건 '용맹'과 '보통 사람'이라는 부분이다. 지혜와 재능…

[영화觀] 소원을 말할 때

[한라일보] 새해가 밝았다. 지난 해의 여러가지 감정들을 기억 어딘가에 묻어둔 채로 새해의 소망을 비는 1월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해를 넘기지 못한 채 살고 있다. 넘어갈 수 없고 넘길 수 없어서다. 지난 해의 12월은 모…

[영화觀] 디스 크리스마스

[한라일보] 초록과 빨강이라는 선명한 색의 대비 위로 금빛 장식들이 더해지고 그 위로는 새하얀 눈이 내린다. 많은 이들에게 상상만으로도 달콤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크리스마스의 풍경이다. 예수의 탄생일인 크리스마스는 …

[영화觀] 지지 않는 마음

[한라일보] 온라인 서점에 '이기는 습관'이라는 검색어를 치면 여러 권의 책 제목들이 주르륵 뜬다. 한 권 인 줄 알았더니 아니었던 것이다. 이렇게 엇비슷한 제목의 책이 많다는 것은 그 수요를 방증 한다. 그러니까 모두가 '이…

[영화觀] 비극의 틈에서

[한라일보] 타인의 비극 앞에서 진동하는 건 놀랍고 안타깝게도 호기심이다. 누가 아플 때, 슬플 때 누군가 세상을 떠났을 때 우리는 그 이유를 못 견디게 궁금해 한다. 물론 명백하게 밝혀져야 할, 누군가가 억지로 파묻은 비밀…

[영화觀] 멜팅 포인트

[한라일보] 희망은 발음하는 것만으로는 완성되기 어려운 단어다. 힘주어 그것을 말할 때는 온 몸의 힘을 다 써야 하고 입가의 진동을 참아내야 한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도 긴 시간이 걸린다. 나의 희망을 말하는 것이 이렇게…

[영화觀] 어떻게 사랑이 그래서

[한라일보] 살면서 우리는 때로 가벼운 선택과 무거운 후회를 하기 마련이다. 삶의 다음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누구도 가늠할 수 없기에 어떤 선택들은 그저 순간에 충실하게, 나조차도 확신하지 못한 채 흘러가 머무르게 한다. …

[영화觀] 고통의 다음

[한라일보] 전쟁 같은 사랑, 전쟁 같은 하루, 폭격 맞은 것 같은 집 구석, 목숨을 건 도전, 총 맞은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보였고 읽었던 관용구들이었다. 마주치면 고개를 끄덕이면서 나 또한 일상에서 종종 마주치는 알 것 같…

[영화觀] 마음을 걸어서

[한라일보] 열다섯 살에 시력을 잃은 조승리 작가의 에세이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는 눈으로 책을 읽는 이들의 편견을 가뿐히 뛰어넘는 작품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에는 시력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당연했던 내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