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觀] 우리의 여름

[한라일보] 놀랍게도 올해의 여름도 지나갔다. 갑자기 재채기를 하고 이불을 끌어와 목까지 덮는 순간 이번 여름도 이렇게 가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아닐 것 같지만 모든 것은 지나간다.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생각하는 …

[영화觀] 사랑의 역사

어떤 기억들은 상처의 흔적처럼 희미하지만 또렷하게 남는다. 성급하게 떼어버린 딱지는 모양 없는 문신처럼 몸과 마음의 일부로 함께하게 되는데 그걸 볼 때마다 후회와 함께 이상한 그리움에 잠기곤 한다. 내가 그때 그 선택…

[영화觀] 원하고 원망하죠

올해 2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발견 섹션 대상의 주인공은 김세인 감독의 장편 데뷔작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에게 돌아갔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상을 비롯 5관왕 수상, 무주산골영화제 뉴비전상, 서울독립영화…

[영화觀] 예술의 자리

[한라일보] 2022년 상반기에 읽은 책들 중 인상에 깊이 남은 책을 꼽자면 이순자 작가의 유고 산문집 [예순 살, 나는 깨꽃이 되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2021년 매일신문 시니어 문학상 논픽션 부문 당선작인 [실버 취준생 분투기]…

[영화觀] 넥스트 레벨

[한라일보] 경력 30년 차의 톱배우가 신인 감독으로 데뷔했다. 영화 '헌트'로 스스로 새로운 막을 열고 등장한 배우 이정재의 이야기다. '헌트'는 지난 5월 칸영화제 초청 이후 8월 극장가에서 개봉 1주 만에 200여만명의 관객을 동…

[영화觀] 구교환 프리덤

독립영화 '꿈의 제인'과 '메기'를 통해 대중적 인기를 모은 배우 겸 감독 구교환의 지난 몇 년간의 행보는 눈부시다. 팬데믹 시기에 선보인 두 편의 블럭버스터 '반도'와 '모가디슈'를 통해 도합 800만에 가까운 관객들을 만났고 OT…

[영화觀] 마침내, 박해일

[살인의 추억]의 얼음 같던 용의자와 [국화꽃 향기]의 첫눈 같던 순정남, [연애의 온도]의 능글맞기 그지 없는 수작과 [질투는 나의 힘]의 애처롭고 답답한 호소, [은교] 속 특수 분장을 뚫고 나오던 형형한 눈빛과 [나랏말싸미]의 …

[영화觀] 혐오라는 이름의 재난

귀신 보다 무서운 것이 사람이라서 우리는 좀비물을 무서워하면서도 즐기는 것이 아닐까. 좀비는 사람이 더 이상 사람이 아니니까, 동정의 시선이나 연민의 감정을 가질 필요가 없으니까 눈 앞에서 수많은 좀비들이 죽어 나간…

[영화觀] 아름답고 희생하지 않는 엄마에 대해

[한라일보] 나는 고양이 두 마리를 입양해 5년째 한 식구로 지내고 있다. 둘째 고양이를 입양할 때는 입양자의 자격을 시험하는 여러 가지 질문에 대답해야 했다. 싱글남인데 고양이를 잘 케어할 수 있는지, 고양이에 대한 지식…

[영화觀] 눈물이 차올라서 고갤 들어

[한라일보] '탑건: 매버릭'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개봉 4주 차에 박스오피스 1위를 탈환하며 500만 관객을 눈앞에 두고 있는 파죽지세의 흥행세다. 톰 크루즈를 비롯한 주연 배우들의 내한 이벤트가 화제에 올랐고 북미 박스오피…

[영화觀] 마침내, 탕웨이

[한라일보] 아마도 모든 창작물 이를테면 영화 제목, 노래 가사, 소설의 문장 등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가 있다면 '사랑'이 아닐까. 사랑은 끊임없이 발화된다. 모두의 사랑이 다른 순간에서 시작되기에 이 무수하고 무한…

[영화觀] 행복한 나를

[한라일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을 꼽자면 아마도 '나를 사랑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나를 미워하는 일, 나를 싫어하는 일, 나를 마땅치 않아하는 일은 쉽다. 남이 아닌 어제의 나와 비교해도 오늘의 나는 썩 맘에 들지 않는…

[영화觀] 속편본색

[한라일보] 680만의 관객을 동원하며 그야말로 빅히트를 기록한 '범죄도시'를 굉장히 재미없게 봤다. 액션은 잦고 강력했지만 내게 영화는 어떤 한순간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고 범죄물 특유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기엔 불…

[영화觀] 해야 했던 말

늘 후회는 늦게 따라온다. '그때 그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하지만 한 편으로는 그 말을 했기 때문에 후련한 속을 갖게 된 것도 사실이다. 누구나 가슴속에서 끓어 올라 입 밖으로 터져야 하는 마음이 생…

[영화觀] 잊은 줄 알았었는데

좋았던 것만 기억할게. 안타깝지만 지킬 수 없는 다짐이다. 다 잊고 다시 시작하겠어. 역시 불투명한 결심이다. 기억은 잊으려 노력할수록 잊히지 않는다. 까맣게 지웠다고 생각하지만 희미한 별처럼 빛나는 것, 찰나의 순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