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윤의 데스크] 심사숙고

[조상윤의 데스크] 심사숙고
  • 입력 : 2020. 07.31(금) 00:00
  •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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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장 기간으로 기록된 올해 장마가 끝나자마자 무더위가 기승이다. 낮 더위는 활동하는 시간이어서 그나마 견딜만 하다. 그러나 열대야에는 속수무책이다. 냉방기를 통해 더위를 쫓는 것도 한계가 있다. 무더위 때문에 힘들고 지칠때 필요한게 시원한 음료다. 청량음료로 불리는 콜라나 사이다를 빼놓을 수 없다. 사이다에 대한 자료를 들춰봤다. 사이다는 한국과 일본에서 레몬과 라임 향이 나는 무색 탄산음료를 일컫는다. 강한 탄산과 낮은 도수의 사과음료같은 사과술이 일본에 전해지면서 의미가 변해 사이다가 탄산이 있는 과일맛 음료를 가리키게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예전엔 우리나라에서 사이다를 소화제로 사용했다는 사례가 있다. 실제 소화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속이 뻥 뚫리는 느낌 탓이서 사람들은 속이 더부룩하고 답답할 때 사이다를 찾았다. 사이다의 이런 특성으로 요즘 '사이다 발언' 같은 문화 현상으로까지 나타나고 있다. 다만 사이다 발언은 듣는 이의 입장에 따라 시원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더 갑갑하게 할 수도 있다. 더구나 수많은 말(言)로 인한 피해가 적잖은게 현실이다. 잘못된 말로 구설수에 오르는가 하면, 자신의 발언으로 누군가에게는 치명타가 돼 목숨마저 잃게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첨언한다면 '세 치 혓바닥이 몸을 베는 칼'이라는 속담이 있다. 혀는 그 길이가 삼 촌(三寸), 즉 세 치(약 10㎝)에 지나지 않지만 이 혀를 잘못 놀려 큰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없지 않다. 혀는 가장 짧으면서 가장 위험한 무기인 셈이다.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가 하면, 반대로 힘들게 쌓아 올린 공든 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기도 하는게 바로 혀의 역할이다. 예나 지금이나 세 치 혀로 흥망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글 역시 목숨을 좌우할 만큼 무서운 흉기로 변한지 꽤 됐다. 글이라는 것은 단어와 문장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억양이나 감정 등을 추가적으로 담을 수 있는 말과 달리 의도하는 바를 전달하는 것이 어려운게 글이기도 하다. 따라서 원하는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하려면 그 내용에 대한 정리는 필수다. 그만큼 글을 쓰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 못한게 현실이다. 페이스북, 인스타, 유트뷰 등 SNS 공간에서 말과 글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무시무시한 언어폭력이 대표적인 예다.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자신의 뜻과 다르다고 해서 헐뜯고 비난하는 일은 다반사다. 이 시각에도 서로 의견을 달리하는 사안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념간, 계층간 갈등은 물론 내 것은 맞고 네 것은 틀리다는 이분법적 사고가 상존하는 한 다툼은 영원할 수 밖에 없다.

지금도 온·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오프라인상에서 격돌한 뒤 또다시 온라인상으로 장소를 옮겨가며 치열하게 격돌하는 양상이다. 이 과정에서 저급한 말과 글이 난무하고 있다. 그렇다고 말을 안할 수도, 글을 안쓸수도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게 현명한 처사일까라고 자문하고 싶다. 심사숙고(深思熟考)가 정답일 수 있다. 심사숙고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거나 상황이 급해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급급한 경우도 많지만 그래도 다시한번 깊이 고려해야 할 것이다. <조상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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