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도 격앙… 제주 여교사 살인 '징역 30년'

재판부도 격앙… 제주 여교사 살인 '징역 30년'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 14일 선고공판 진행
살인 고의성·은폐 시도 등 공소사실 모두 인정
격앙된 어조로 판결문 낭독… 잠시 휴정하기도
  • 입력 : 2019. 08.14(수) 15:18
  •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제주에서 종교·사회적 멘토 관계를 빌미로 접근해 20대 초등학교 여교사를 살해한 40대에게 징역 30년이 선고됐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정봉기 부장판사)는 14일 살인과 특수상해, 사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46)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지난해 6월 2일 오전 10시40분쯤 서귀포시 모 아파트에서 36분간 초등학교 교사인 A(27·여)씨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부검 결과 A씨의 사인은 '복부 좌상에 의한 췌장 파열'이라는 소견이 나왔다.

 아울러 김씨는 또 다른 피해자 3명을 폭행해 갈비뼈 9개를 부러뜨리거나, 기흉에 이르게 만드는 등의 중상해를 입히고, 돈을 갈취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자신을 하나님의 메신저이자 우체부로 소개하며 교회를 다니고 있는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다. 이후 종속적인 관계가 형성되면 자신의 집에서 설거지와 청소 등을 시키고, '하느님의 뜻'이라며 주먹을 휘둘렀다. 숨진 A씨는 노예와 같은 생활을 버티지 못해 벗어나려 했다가 격분한 김씨에게 살해 당했다.

 앞서 지난달 22일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A씨를 종속시킨 뒤에는 장시간에 걸친 폭력과 재산 갈취, 노동력 착취가 이어졌고, 결국에는 A씨를 구타해 살해하는 중대하고도 잔혹한 범행을 저질렀다"며 "특히 피고인은 잘못을 뉘우치기는 커녕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며 희생자 행세를 해 유가족에게 상처를 줬다"며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반면 김씨의 변호인은 "A씨를 살해할 의도 있었으면 흉기를 사용해 범행을 저질렀을 것"이라며 "또한 범행 이후에는 119에 신고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며 살인이 아닌 '상해치사' 혐의 적용을 재판부에 요구했다.

 재판부는 "췌장은 체중을 싣지 않는 이상 파열되지 않는 장기이고, 이 밖에 A씨 전신에 난 좌상 등을 보면 피고인에게 미필적 살인의 고의가 인정된다"며 "특히 피고인은 A씨가 사망 직전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지자 욕실로 데려가 물을 뿌리고, 내부에 묻은 혈흔을 제거하는 등의 은폐 행위도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머지 피해자들 역시 폭행과 돈을 갈취 당하는 상황에서도 노예처럼 피고인에 집에서 일을 해야만 했다"며 "순수한 신앙심을 가진 피해자들을 육체적·정신적으로 학대한 것도 모자라 살인 행위까지 이뤄진 점에 비춰 죄질이 극히 불량해 엄벌을 선고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재판부는 범행에 잔혹성을 인식한 듯 격앙된 어조로 판결문을 읽었으며, 선고 과정에서 김씨가 "그게 아니다", "잘못됐다"고 말하자 잠시 휴정이 이뤄지기도 했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3744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