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김상화 강원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와 김병엽 제주대학교 해양과학대학 교수가 주관한 남방큰돌고래 ‘턱이’의 부검이 제주시 한림읍에 위치한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제주본부에서 진행됐다.
[한라일보] 구강암을 앓고도 오랜 기간 제주 바다에서 생존해온 제주 남방큰돌고래 ‘턱이’의 사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이 진행됐다.
30일 김상화 강원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와 김병엽 제주대학교 해양과학대학 교수가 주관한 남방큰돌고래 ‘턱이’의 부검이 제주시 한림읍에 위치한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제주본부에서 진행됐다. 이경리 고래연구소 박사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충북대학교 의과대학 등이 공동 참여했다.
턱이는 지난 2019년 제주 바다에서 악성 종양으로 인해 주둥이가 닫히지 않고 혀가 돌출된 모습으로 발견됐다. 이처럼 눈에 띄게 턱이 변형된 해양 포유류의 사례는 전세계적으로 드물고,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사례다.
하지만 턱이는 이후로 7년 넘게 제주 바다에서 생존하며 강인한 생명력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그러던 지난 2일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전날까지만 해도 유유히 제주 바다를 헤엄치던 턱이가 중문 앞바다에서 폐사한 채 발견된 것이다.
이에 턱이의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수의사와 고래 전문가들이 모여 부검을 실시했다. 돌고래의 부검과 그 결과는 제주 바다의 환경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도 쓰인다.

제주남방큰돌고래 '턱이'. 한라일보DB
부검은 턱이 몸에서 발견된 종양의 종류와 발생 원인, 바이러스·균·기생충 감염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봤다. 이후 제주 바다 환경이 개체(턱이)에 악영향을 미쳤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환경 독성 물질 축적량 확인이 조직 검사 등을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부검 전 브리핑에서 김상화 교수는 “턱이의 아래턱이 왼쪽으로 꺾여 있는 양상은 충돌과 같은 후천적 요인에 의해 턱뼈가 떨어지면서 생겨난 변화로 보여진다”며 “컴퓨터단층촬영(CT) 스캔상 왼쪽 폐에 퍼진 염증을 봤을 때 폐렴이 심각하게 진행돼 전반적으로 호흡 기능을 많이 상실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날 부검 결과 턱이는 수컷 남방큰돌고래로, 길이 2.76m에 몸무게 208kg가량인 것으로 확인됐다. 비슷한 길이의 돌고래가 대략 300kg대인 것을 감안하면 많이 야윈 상태였다. 실제로 근육량도 적고 뼈가 바로 튀어나올 정도로 말랐다는 전문가 소견도 나왔다.
턱이는 기형적인 턱 돌출로 인해 먹이 사냥이 쉽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제주 바다에 서식하는 돌고래들을 모니터링해온 오승목 제주다큐 감독은 “(턱이가) 입을 다물 수 없어 자신의 입 크기에 맞는 작은 먹이들만 사냥할 수 있어 먹이 활동에 어려움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턱이의 정확한 사인을 파악하기 위해선 한 달 가량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상화 교수는 “확실하지 않으나 종양이 폐까지 전이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폐렴과 영양 부족 등이 사인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고 최종적으로는 조직검사 결과를 기다려봐야 한다”고 했다.
오승목 감독은 “남방큰돌고래들은 정해진 곳에서 서식하고 이동하는데 제주의 해양쓰레기 문제가 너무 심각해 피해가 계속 발생한다”며 “턱이가 헤엄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남방큰돌고래들을 위해 해양 환경의 정화가 꼭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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