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후 작가의 詩(시)로 읽는 4·3] (14)4·3 사건-김용해

[김관후 작가의 詩(시)로 읽는 4·3] (14)4·3 사건-김용해
  • 입력 : 2019. 06.27(목)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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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침묵이로구나

땅 속에는 울부짖는 침묵이로구나

땅 위에는 짖어대는 침묵이로구나

눈물도 침묵이로구나, 통곡도 침묵이로구나

원한도 침묵이로구나, 죽음도 침묵이로구나

총칼 앞에서 침묵이로구나

고문 앞에서 침묵이로구나

오오, 감옥이로구나

벽이 탄탄한 감옥이로구나

산 자와 주근 자의 감옥이로구나

길도 막히고 기억도 막힌 감옥이로구나

민주도 감옥이로구나

자유도 해방도 모두 감옥이로구나

4·3사건은 감옥 속에 처박힌 꿈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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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사건은 '한국판 아우슈비츠(Auschwitz) 홀로코스트'이다. 군경토벌대와 서북청년단, 대동청년단 등이 수많은 양민들을 학살했다. 제주섬은 침묵을 강요당하는 감옥이었다. 홀로코스트(Holocaust)는 일반적으로 인간이나 동물을 대량으로 태워 죽이거나 대학살하는 행위를 총칭한다. 고유명사로 쓸 때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스 독일에 의해 자행된 유대인 대학살을 뜻한다. 4·3사건, "오오, 침묵이로구나". 총칼 앞에 침묵이었고, 고문 앞에 침묵이었다. 4·3사건, "오오, 감옥이로구나". 민주도 감옥이었고, 자유도 해방도 감옥이었다. 침묵과 감옥이 바로 4·3사건이다. 오, 사물이 되어야만 갇힐 수 있는 저 깊은 침묵의 감옥이 시인은 아련한 것이 아닐까?

4·3의 대비극은 곧이어 일어난 한반도 한국전쟁 다음가는 아픔이었다. 허나 어찌된 일이야, 그날 이후 말하면 절대 안 되는 것이었다. "침묵하라!" 아무도 그때 그 일을 말해서 안 되는 것이었다. 누구든 그 때의 일을 벙긋했다간 국가공권력의 이름 아래 온갖 고통을 당해야 했다. 슬픔을 슬픔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자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래서 제주섬은 감옥이었다. 우리 시대에 벌어진 사건을 어떻게 외면하겠느냐. 현재의 역사는 바로 과거 역사의 상처 위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4·3은 탄탄한 바위였다. 감옥 같은 바위가 되어 우리 앞에 군림하고 있었으며 풀리지 않는 숙제를 안고 아무리 밀치고 열어보려고 안간힘을 써도 그것은 더욱 거세게 버티고 있을 뿐 움직여 주려하지 않았다. <김관후 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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