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계자연유산 10주년 기념 포럼이 던진 숙제

[사설]세계자연유산 10주년 기념 포럼이 던진 숙제
  • 입력 : 2017. 09.13(수) 00:00
  • 김병준 기자 bjki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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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세계의 보물섬'으로 우뚝 섰다. 특히 2007년 우리나라 최초로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면서다. 여기에 생물권보전지역(2002년)과 세계지질공원(2010년)으로 지정되면서 제주는 유네스코 자연과학분야 3관왕을 보유하는 쾌거를 이뤘다. 명실공히 제주자연이 국제사회로부터 그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이처럼 제주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국내·외 관광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2011년만 해도 제주 관광객은 874만명(내국인 769만명, 외국인 104만명)이었다. 그게 2016년에는 1585만명(내국인 1224만명, 외국인 360만명)에 달한 것이다. 불과 5년새 제주를 찾은 전체 관광객이 갑절 가까이 늘었다. 외국인 관광객은 5년 만에 무려 3배 이상 증가했다. 세계자연유산 등재로 인한 직·간접적인 효과가 컸던 것이다. 실제로 제주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제주 세계자연유산 인지도 조사 및 효과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10조원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국내·외 관광객들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제주가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당장은 쓰레기가 넘쳐나면서 자체 처리를 못하는 지경이다. 청정환경을 자랑하는 제주가 '쓰레기 섬'이라는 오명을 쓰게 생겼다. 하수처리도 과부하 걸린지 오래다. 수질기준을 초과한 채 정화되지 않은 오염수를 마구 바다로 흘려보내고 있다. 부동산 광풍이 불어닥치면서 제주에 큰 생채기를 냈다.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꾼들이 곶자왈은 물론 대규모 산림을 무차별적으로 훼손했기 때문이다. 현재 겪고 있는 교통불편도 마찬가지다. 오죽하면 '교통지옥'이란 얘기가 쉽게 나오겠는가.

이제 제주는 더 이상 '살기 좋은 곳'이라고 자랑하기가 부끄러워졌다. 아니 '살기 힘든 곳'으로 전락하고 있다. 제주섬이 망가지면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한 것이다. 그제부터 열린 제주 세계자연유산 등재 10주년 기념 글로벌 포럼은 시사하는 점이 많다. 세계 주요 인사들이 의미있는 메시지를 남겼다. 개발과 보존 문제를 비롯 관광객 증가 대책, 다중 국제보호지역으로서의 시너지 효과 방안, 문화와 자연유산의 조화 대책 등 제주에 많은 숙제를 냈다. '청정'과 '공존'을 핵심가치로 내세운 원희룡 도정이 깊이 새겨듣고 풀어야 할 문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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