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4월 한라산에 눈이 내렸다. 내륙에는 사과 꽃이 눈과 우박을 맞아 올 한 해 농사가 어찌 될지 모르게 됐다. 지금이라도 평년기온을 찾아준다면 좋겠지만 그마저도 여의찮다. 바다의 4월 수온도 작년과 재작년보다도 1℃ 이상 낮다. 벚나무는 꽃이 피고 지기까지 한참 걸렸다. 보통 벚나무는 꽃이 피기 시작하고 2~3일이면 만개해 꽃비가 내리기 시작하는데 올해는 유독 길게 나무에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여느 해 같았으면 벚꽃 아래에 벌소리와 새소리가 가득했겠지만 올해는 유독 벌소리가 거의 없었다. 벌은 여러 곳으로 옮겨 다니며 꽃가루를 수정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벌소리가 들리지 않은 올해, 과연 열매가 달릴지 모르겠다.
고사리도 한참 꺾어야 할 시기인데 열기가 조금 시들하다. 아니, 열기가 없는 것이 아니라 고사리가 아직 많이 올라오지 않았다. 원래 고사리를 꺾으러 내륙에서도 찾아오는데 올해는 이마저도 뒤로 밀리는 분위기다. 귤농사는 어떻게 될까? 과거 귤 과수원 한쪽에는 꿀을 채취하기 위하여 벌통을 놓기도 했다. 그만큼 벌은 농사에 중요한 수분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이다. 지금 농민들이 봄 무를 심었지만 크기가 크지 않다고 한다.
예년과는 너무나도 다르게 기온이 흘러가고 있다. 우리의 주식인 쌀농사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감이 안 잡힌다. 만약 쌀농사에 지대한 영향이 미친다면 일본과 같이 쌀 대란이 올 수도 있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있을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예측이 가능하도록 지속적인 데이터 축적과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당장 닥친 대통령선거가 모든 이슈를 선점하고 있고 내년에는 지방선거가 있기 때문에 거의 1년이 선거에 이슈를 선점당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정치권에서는 이상기후에 신경 쓸 겨를이 없고 기후변화라는 현상과 그 대책은 남의 얘기가 될까 두렵다.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고, 그 재난으로 국민들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우리는 대내외적으로 그리고 전지구적으로 위협을 받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왜 자연을 배척하고 무관심해서는 안 되는지 알 것 같으면서도 당장 내일이 아니므로 지나쳐 버렸다.
미국의 대통령은 세계에 선전포고하듯 관세전쟁을 시작했고, 기후 관련한 세계기구에서 탈퇴까지 감행했다. 러우전쟁과 이스라엘의 전쟁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아무도 국민 편이 돼주지 못하는 것 같다.
2025년도 여름은 언제부터 시작될까? 어쩌면 혹한이 올지도 모른다.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 뚜렷해졌기 때문에 예측할 수가 없다. 일본에서는 난카이 지진을 예측하고 있다. 제주도에 해일이 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각자 높은 곳으로 가는 경로를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면 스스로 대책을 마련해야 되지 않을까. <송관필 농업회사법인 제주생물자원(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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