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님 말 잘듣고, 열심히..". 마지막까지 학생 챙긴 교사

"누님 말 잘듣고, 열심히..". 마지막까지 학생 챙긴 교사
유쾌하고 따뜻했던 교사 비보에 제주 교육계 애통
유가족 "모범교사상 받을 정도로 학생지도에 힘써"
졸업생·재학생 "항상 웃음지으며 수업하셨다"회상
  • 입력 : 2025. 05.23(금) 17:07  수정 : 2025. 05. 26(월) 20:31
  • 김채현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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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교사가 B군에게 남긴 메시지.

[한라일보] "모범교사상까지 받을 정도로 교사라는 직업에 열심히였어요."

"유쾌하시고 농담도 즐겨하셔서 모두가 좋아하는 선생님이었죠."

학생들과 유가족들은 생전의 고인을 다들 이렇게 기억했다.

성실함과 따뜻함으로 교직에 헌신했던 40대 A씨의 비보 소식이 전해진 것은 지난 22일 새벽. 그는 자신이 근무하던 교내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제주 교직사회는 순식간에 큰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 23일 제주시 내 한 장례식장에 차려진 그의 빈소에는 이미 졸업한 제자, 최근까지 그에게 가르침을 받았던 제자들 할 것 없이 헌화의 발길이 이어졌고, 동료들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유가족들은 "항상 아이들을 바른길로 이끌려고 노력하던 사람이었어요.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자 그토록 열심히였는데. 너무 힘에 겨웠던 걸까요. 그의 억울함이 풀어졌으면 좋겠어요."라고 토로했다.

유가족 등에 따르면 제주 모 중학교에서 3학년 담임을 맡았던 A씨는 학생 B군과 출결 및 생활지도 과정에서 갈등을 겪었다. B군은 무단결석이 잦았고 교내 흡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B군의 결석이 잦아지면 고등학교 진학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담임으로서 출석을 독려하고, 병가 처리를 위한 병원 진단서 제출 요구 등 출결 관리에 힘썼다. 흡연 문제 역시 아이를 어르고 타이르며 지도하려 애썼다.

그 과정에서 A씨는 B군의 가족으로 부터 민원을 받았다. A씨가 민원 전화를 처음 받은 것은 3월 초, 오전 7시14분쯤이었다. 출근시간도 전이었지만 B군의 가족은 "아이가 선생님이 무섭다고 한다", "선생님 때문에 학교 가기 싫어한다", "언어폭력을 했냐"는 취지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후에도 민원과 항의 전화는 끊이지 않았다. 하루에 12차례나 전화가 걸려오는 날도 있었고,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B군의 가족은 교육당국에도 민원을 접수했다.

그럼에도 A씨는 학생 B군 지도에 끝까지 힘썼다. 유족이 공개한 카카오톡 메시지에는 사망 전날까지도 B군에게 "누님 말씀 잘 들어라" "학교 열심히 나왔으면 좋겠다" "병원 갔다가 학교에 와라"는 따뜻한 문구가 담겨 있었다.

A씨의 아내는 "사망 일주일 전부터 머리가 아프다면서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고 전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A씨의 제자들도 안타까운 소식에 말을 잇지 못했다. 졸업한 제자들도 갑작스런 소식에 발걸음을 서둘렀다.

졸업생들은 "선생님은 늘 따뜻하시고 학생들을 진심으로 아끼셨다"면서 "선생님의 생신이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항상 그때마다 크리스마스 잘 보내시고 생일 축하드린다면서 잊지않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럴 정도로 학창시절 좋았던 추억이 있었던 선생님이었다"고 회상했다.

재학생들은 "항상 웃으면서 수업하시는 유쾌한 선생님이었다"면서 "그래서 힘드신 줄 전혀 몰랐다. 알았으면 위로의 말이라고 전할껄. 좋은 선생님이었기에 더욱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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