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책방, 한권의 책] (3)도서관을 훔친 아이

[동네책방, 한권의 책] (3)도서관을 훔친 아이
제주의 11살이 지구 반대편 콜롬비아의 11살을 만나다
  • 입력 : 2020. 07.30(목)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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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책 도서관을 훔친 아이




수돗물은 하루걸러 나오고, 비만 오면 진창이 되는 콜롬비아 메데인시. 전기도 수시로 끊어지는 이곳에 열한 살 카밀로와 안드레스가 산다. 술을 구해오라며 시시때때로 주먹을 휘두르는 아버지 때문에 카밀로는 도서관에서 책을 훔치고 그 책과 술을 맞바꾼다. 그러나 이들을 지켜보는 마르 선생님이라는 어른이 있었는데…. 개인과 사회의 선한 의지가 어린이의 삶을 바꿀 수 있을까? 이 책은 그 질문에 "당연히 그렇다."고 대답한다. 작가가 특별한 해결책이나 탈출구를 제시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책을 덮는 독자에게 안도의 한숨을 쉬게 해주며, 이 아이들이 절망하지 않고 밝은 세상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확신을 품게 해준다. <저자 알프레도 고메스 세르다, 출판사 풀빛 미디어>





메데인시 사는 가난한 아이들
아버지 술값 위해 책을 훔치다
선한 의지가 아이들 삶 바꿀까
“당연히 그렇다”에 안도의 한숨
우린 과연 어떤 어른들일지…




▶대담자

▷우리 맘대로 독서동아리 : 책 선정부터 독후 활동까지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하는 11살 어린이들로 구성된 독서동아리(기하진, 민윤기, 박나은, 정다인, 조은재, 홍해솔).

▷노수미: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위원, 동화작가.

돈키호테북스에서 '도서관을 훔친 아이'를 두고 이야기를 나눈 노수미 작가와 제주의 11살 어린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노수미씨와 기하진, 박나은, 조은재, 홍해솔, 정다인, 민윤기 어린이. 사진=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노수미 : 이 책이 어렵지는 않았나요?

▷윤기 : 약간 내용 파악이 안 됐어요.



▷노수미 : 이 책의 주인공은 여러분처럼 11살이에요. 지구 반대편 콜롬비아라는 나라에 살고 있고요. 여러분은 이 책에서 누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아이들 : (각자 큰 소리로) 카밀로. 마르 선생님. 안드레스.



▷노수미 : 카밀로가 가장 인상 깊었던 친구는 왜 그런지 말해줄 수 있어요?

▷윤기 : 아빠가 나쁜 아빠여서? 완전 도둑질을 많이 했기 때문에?

▷해솔 : 카밀로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노수미 : 네. 그럼 안드레스가 가장 인상에 남는 친구는 왜 그런지 말해볼까요?

▷다인 : 카밀로가 나쁜 짓을 하는 것을 그냥 보고 있지 않아서요. 도둑질을 못 하게 말렸잖아요.

▷윤기 : 안드레스는 마음은 착한데요. 친구를 버릴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그랬던 것 같아요.



▷노수미 : 그럼 마지막으로 마르 선생님이 가장 인상에 남은 친구들이 한번 이야기해볼까요?

▷윤기 : 마르 선생님은 카밀로가 도둑질하는 것을 도와줬어요.

▷나은 : 카밀로가 도둑질하는 것을 알았는데 뭐라고 안 하고 도와줬어요.

▷하진 : 마르 선생님은 원래부터 카밀로가 책을 훔치는 것을 알고 있어서, 좀 더 책을 읽게 하려고 놔뒀어요.

▷윤기 : 마르 선생님이 왜 도둑질을 도와줬는지 알겠어요. 왜냐하면 계속 책을 도둑질하게 해서요, 포상금을 올리면 나중에 잡았을 때, 자기한테 더 도움이 되니까요. (모두 웃음)



▷노수미 : 그러면 마르 선생님이 카밀로가 도둑질하는 것을 알고도 왜 모른 척했을까요? 나중에는 직접 몰래 가지고 나갈 책을 골라주기까지 하고요.

▷윤기 : 아까 제가 말했잖아요. (모두 웃음)



▷노수미 : 자. 그럼 '현상금을 올린다.' 말고 다른 의견 있나요?

▷해솔 : 카밀로와 안드레스가 가난한 것을 알아서?

▷다인 : 카밀로가 도둑질한 걸 알았는데, 도둑질하면서도 책을 읽게 도와주려고요. 카밀로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면서, 차츰 알게 될 거라고 생각해서요.

▷은재 : 카밀로 아빠가 나쁜 걸 알아서?

▷나은 : 훔친 책과 술을 바꾸는 것을 알고 가여워서요.

▷윤기 : 사실은 자기도 도둑이기 때문에.(모두 웃음)



▷노수미 : 사실 도둑질을 도와줬기 때문에 절도 방조죄에 해당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마르 선생님은 자기가 범죄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여러분이 이야기한 것처럼 카밀로라는 아이가 가난하다는 것을 알았고, 집에서 아빠한테 엄청나게 얻어맞는다는 것도 선생님은 알았어요. 아빠한테 얻어맞아서 퉁퉁 부은 눈에 선생님이 연고를 발라줬잖아요.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고 있는 그 아이들에게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까를 마르 선생님은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좋은 어른은 어떤 사람이에요?

▷하진 : 성실한 어른요.

▷윤기 : 약간 혼내기는 하겠지만 아이들을 잘 가르치는 어른요.

▷다인 : 책임지는 어른?

▷윤기 : 약속한 것을 잘 지키는 어른? 거짓말하지 않는 어른?

▷나은 : 잘못한 것을 말하기는 하지만 때리지는 않는 어른요.

▷노수미 : 그런데 때리지 않는 건 기본 아닌가요?

▷윤기 : 하긴 요즘 시대에 아동 폭력으로….



▷노수미 : 그렇지요. 때리지 않는 건 기본이에요. 우리에게는 당연한 것이 어떤 아이들에게는 당연하지 않다는 게 너무 슬프네요. 혹시 여러분 주변에 '이 어른은 참 괜찮다.' 싶은 어른이 있나요?

▷다인 : 우리 엄마요. 엄마는요. 제가 잘못해도 용서해주시고 제가 무언가를 안 지키거나 해도 다 받아주시고 이해해주세요.

▷윤기 : 옛날에 옆집에 살았던 아줌마요. 제가 옛날에 새벽에 자고 일어났는데 집에 아무도 없는 거예요. 엄마한테 전화했더니 잠이 안 오면 옆집에 가 있으래요.

▷해솔 : 우리 엄마요.

▷나은 : 엄마요. 엄마는 책임감이 있고, 혼내도 바로 위로해주고, 되게 착해요. 동생이 잘못해도 "이건 하면 안 된다."고 말한 후에 위로해줘요.

▷하진 : 엄마 할게요.

▷은재 : 오빠요. 오빠는 저를 때린 적이 없고,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제가 어릴 때 오빠 머리카락을 잡아당긴 적이 있었대요. 그런데도 오빠는 뭐라 안 했대요.



▷노수미 : 자. 그럼 다시 질문할게요. 가족이나 친척 빼고 좋은 어른이 있었나요?

▷윤기 : 제가 괴산에 갔다가 공항으로 돌아오는데 어떤 누나가 버스에서 자리를 양보해줬어요.

▷다인 : 지난 토요일에 윗세오름에 갔었거든요. 우리 가족이 다 같이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먼저 다가와서 "사진 찍어드릴까요?"라고 하는 사람이 있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아빠랑 아는 사이였어요.

▷나은 : 아빠가 공항에서 돈을 떨어뜨렸는데 어떤 사람이 와서 돈을 주워줬어요.

▷하진 : 우리 가족이 큰 절에 놀러 갔는데 막냇동생이 길을 잃었어요. 그때 어떤 할머니가 동생을 찾아줬어요.



▷노수미 : 여러분 주변에는 좋은 사람이 아주 많았네요. 그럼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 할게요. 만약에 여러분이 카밀로라면 그 마지막 책을 어떻게 했을 것 같아요? 평소처럼 술 한 병과 바꿔서 그날 밤 내 침대에서 편하게 잠을 잤을까요? 아니면 카밀로가 선택한 것처럼 버려진 빈집에서 천장이 무너질까 봐 벌벌 떨면서 그 책을 밤새 읽었을까요?

▷윤기 : 책을 그냥 도서관에 가져다주고요. 무술을 배워서 아빠를 쫓아낼 것 같아요.

▷하진 : 만약에 제가 카밀로라면 아빠가 때릴까 봐 무서워서 그냥 책을 술로 바꿨을 것 같아요.

▷나은 : 책을 읽으면서 잘못한 것에 대해 깨달을 것 같아요.

▷은재 : 저는 술이랑 바꿔서 집에서 잘 것 같아요.

▷다인 : 저는 자존심 때문에 밖에서 책을 안고 잘 것 같아요.



▷노수미:여러분이 책을 술로 바꿔서 하룻밤이라도 집에서 편하게 자든, 아니면 책을 안고 가출을 하든 여러분의 선택은 다 옳다고 생각해요. 저는 카밀로와 안드레스처럼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아이들에게 마르 선생님처럼 든든한 어른이 되어 줬는지 반성하면서 오늘 밤을 보낼 것 같아요. 그럼 오늘 대담은 여기에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정리=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돈키호테북스


돈키호테북스는 서귀포 혁신도시 근처 호근동 서호초등학교와 귤밭 사이에 있다. 돈키호테샌드위치앤하몽이라는 음식점 안에 자리 잡은 작은 책방이다.

돈키호테북스의 주인장은 장르 소설의 팬이다. 그래서 '팬심으로 읽는 장르 소설' 북클럽을 운영한다. 또 '섬에 있는 서점'이라는 소설을 읽고 감동한 나머지 '섬에 있는 서점'이라는 인문·사회·문학 북클럽을 장르 소설 북클럽과 함께 격월로 연다. 그림책을 읽고 공유하는 모임 '디딤돌'과 뜨개질 모임 '모여서 먹고 떠요'는 매달 열린다. 어린이와 어른을 모두 초대해서 심야 책방을 열기도 하고, 돈과 재능을 모두 기부할 수 있는 뜨개질 모임을 열기도 한다. 여성농민회 공부 모임이나 월례회도 가끔 열린다.

요리나 음식, 식문화와 관련된 책, 뜨개질이나 비누 만들기 등 수공예에 관한 책, 장르 소설, 페미니즘, 제주도와 인권, 인터뷰집, 그림책, 그래픽 노블, 동물에 관한 책, 공부하기 좋은 책, 여러 분야를 다룬 수필 등 돈키호테북스에서는 다양한 책을 구비하고 있다. 신간과 구간, 새 책과 헌책이 모두 모여 있다. 내가 모르는 세상, 내가 모르는 사람과 삶에 관심을 기울일수록 여럿이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이라 믿으며, 오늘도 작은 책방을 채우고 또 비우는 일에 골몰하고 있다. 서귀포시 호근남로 37. 전화 064-739-3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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