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책 도서관을 훔친 아이 메데인시 사는 가난한 아이들 아버지 술값 위해 책을 훔치다 선한 의지가 아이들 삶 바꿀까 “당연히 그렇다”에 안도의 한숨 우린 과연 어떤 어른들일지… ▶대담자 ▷우리 맘대로 독서동아리 : 책 선정부터 독후 활동까지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하는 11살 어린이들로 구성된 독서동아리(기하진, 민윤기, 박나은, 정다인, 조은재, 홍해솔). ▷노수미: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위원, 동화작가. 돈키호테북스에서 '도서관을 훔친 아이'를 두고 이야기를 나눈 노수미 작가와 제주의 11살 어린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노수미씨와 기하진, 박나은, 조은재, 홍해솔, 정다인, 민윤기 어린이. 사진=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노수미 : 이 책이 어렵지는 않았나요? ▷윤기 : 약간 내용 파악이 안 됐어요. ▷노수미 : 이 책의 주인공은 여러분처럼 11살이에요. 지구 반대편 콜롬비아라는 나라에 살고 있고요. 여러분은 이 책에서 누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아이들 : (각자 큰 소리로) 카밀로. 마르 선생님. 안드레스. ▷노수미 : 카밀로가 가장 인상 깊었던 친구는 왜 그런지 말해줄 수 있어요? ▷윤기 : 아빠가 나쁜 아빠여서? 완전 도둑질을 많이 했기 때문에? ▷해솔 : 카밀로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노수미 : 네. 그럼 안드레스가 가장 인상에 남는 친구는 왜 그런지 말해볼까요? ▷다인 : 카밀로가 나쁜 짓을 하는 것을 그냥 보고 있지 않아서요. 도둑질을 못 하게 말렸잖아요. ▷윤기 : 안드레스는 마음은 착한데요. 친구를 버릴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그랬던 것 같아요. ▷노수미 : 그럼 마지막으로 마르 선생님이 가장 인상에 남은 친구들이 한번 이야기해볼까요? ▷윤기 : 마르 선생님은 카밀로가 도둑질하는 것을 도와줬어요. ▷나은 : 카밀로가 도둑질하는 것을 알았는데 뭐라고 안 하고 도와줬어요. ▷하진 : 마르 선생님은 원래부터 카밀로가 책을 훔치는 것을 알고 있어서, 좀 더 책을 읽게 하려고 놔뒀어요. ▷윤기 : 마르 선생님이 왜 도둑질을 도와줬는지 알겠어요. 왜냐하면 계속 책을 도둑질하게 해서요, 포상금을 올리면 나중에 잡았을 때, 자기한테 더 도움이 되니까요. (모두 웃음) ▷노수미 : 그러면 마르 선생님이 카밀로가 도둑질하는 것을 알고도 왜 모른 척했을까요? 나중에는 직접 몰래 가지고 나갈 책을 골라주기까지 하고요. ▷윤기 : 아까 제가 말했잖아요. (모두 웃음) ▷노수미 : 자. 그럼 '현상금을 올린다.' 말고 다른 의견 있나요? ▷해솔 : 카밀로와 안드레스가 가난한 것을 알아서? ▷다인 : 카밀로가 도둑질한 걸 알았는데, 도둑질하면서도 책을 읽게 도와주려고요. 카밀로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면서, 차츰 알게 될 거라고 생각해서요. ▷은재 : 카밀로 아빠가 나쁜 걸 알아서? ▷나은 : 훔친 책과 술을 바꾸는 것을 알고 가여워서요. ▷윤기 : 사실은 자기도 도둑이기 때문에.(모두 웃음) ▷노수미 : 사실 도둑질을 도와줬기 때문에 절도 방조죄에 해당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마르 선생님은 자기가 범죄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여러분이 이야기한 것처럼 카밀로라는 아이가 가난하다는 것을 알았고, 집에서 아빠한테 엄청나게 얻어맞는다는 것도 선생님은 알았어요. 아빠한테 얻어맞아서 퉁퉁 부은 눈에 선생님이 연고를 발라줬잖아요.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고 있는 그 아이들에게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까를 마르 선생님은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좋은 어른은 어떤 사람이에요? ▷하진 : 성실한 어른요. ▷윤기 : 약간 혼내기는 하겠지만 아이들을 잘 가르치는 어른요. ▷다인 : 책임지는 어른? ▷윤기 : 약속한 것을 잘 지키는 어른? 거짓말하지 않는 어른? ▷나은 : 잘못한 것을 말하기는 하지만 때리지는 않는 어른요. ▷노수미 : 그런데 때리지 않는 건 기본 아닌가요? ▷윤기 : 하긴 요즘 시대에 아동 폭력으로…. ▷노수미 : 그렇지요. 때리지 않는 건 기본이에요. 우리에게는 당연한 것이 어떤 아이들에게는 당연하지 않다는 게 너무 슬프네요. 혹시 여러분 주변에 '이 어른은 참 괜찮다.' 싶은 어른이 있나요? ▷다인 : 우리 엄마요. 엄마는요. 제가 잘못해도 용서해주시고 제가 무언가를 안 지키거나 해도 다 받아주시고 이해해주세요. ▷윤기 : 옛날에 옆집에 살았던 아줌마요. 제가 옛날에 새벽에 자고 일어났는데 집에 아무도 없는 거예요. 엄마한테 전화했더니 잠이 안 오면 옆집에 가 있으래요. ▷해솔 : 우리 엄마요. ▷나은 : 엄마요. 엄마는 책임감이 있고, 혼내도 바로 위로해주고, 되게 착해요. 동생이 잘못해도 "이건 하면 안 된다."고 말한 후에 위로해줘요. ▷하진 : 엄마 할게요. ▷은재 : 오빠요. 오빠는 저를 때린 적이 없고,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제가 어릴 때 오빠 머리카락을 잡아당긴 적이 있었대요. 그런데도 오빠는 뭐라 안 했대요. ▷노수미 : 자. 그럼 다시 질문할게요. 가족이나 친척 빼고 좋은 어른이 있었나요? ▷윤기 : 제가 괴산에 갔다가 공항으로 돌아오는데 어떤 누나가 버스에서 자리를 양보해줬어요. ▷다인 : 지난 토요일에 윗세오름에 갔었거든요. 우리 가족이 다 같이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먼저 다가와서 "사진 찍어드릴까요?"라고 하는 사람이 있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아빠랑 아는 사이였어요. ▷나은 : 아빠가 공항에서 돈을 떨어뜨렸는데 어떤 사람이 와서 돈을 주워줬어요. ▷하진 : 우리 가족이 큰 절에 놀러 갔는데 막냇동생이 길을 잃었어요. 그때 어떤 할머니가 동생을 찾아줬어요. ▷노수미 : 여러분 주변에는 좋은 사람이 아주 많았네요. 그럼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 할게요. 만약에 여러분이 카밀로라면 그 마지막 책을 어떻게 했을 것 같아요? 평소처럼 술 한 병과 바꿔서 그날 밤 내 침대에서 편하게 잠을 잤을까요? 아니면 카밀로가 선택한 것처럼 버려진 빈집에서 천장이 무너질까 봐 벌벌 떨면서 그 책을 밤새 읽었을까요? ▷윤기 : 책을 그냥 도서관에 가져다주고요. 무술을 배워서 아빠를 쫓아낼 것 같아요. ▷하진 : 만약에 제가 카밀로라면 아빠가 때릴까 봐 무서워서 그냥 책을 술로 바꿨을 것 같아요. ▷나은 : 책을 읽으면서 잘못한 것에 대해 깨달을 것 같아요. ▷은재 : 저는 술이랑 바꿔서 집에서 잘 것 같아요. ▷다인 : 저는 자존심 때문에 밖에서 책을 안고 잘 것 같아요. ▷노수미:여러분이 책을 술로 바꿔서 하룻밤이라도 집에서 편하게 자든, 아니면 책을 안고 가출을 하든 여러분의 선택은 다 옳다고 생각해요. 저는 카밀로와 안드레스처럼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아이들에게 마르 선생님처럼 든든한 어른이 되어 줬는지 반성하면서 오늘 밤을 보낼 것 같아요. 그럼 오늘 대담은 여기에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정리=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돈키호테북스 돈키호테북스는 서귀포 혁신도시 근처 호근동 서호초등학교와 귤밭 사이에 있다. 돈키호테샌드위치앤하몽이라는 음식점 안에 자리 잡은 작은 책방이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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