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오늘날 우리는 '융합(Convergence)'이라는 개념이 단순한 유행을 넘어, 미래를 준비하는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은 시대에 살고 있다. 융합은 서로 다른 영역 간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가치와 혁신을 창출하는 창의적 재구성의 과정이다. 이는 학문과 기술, 산업과 문화,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보다 깊이 있는 통합의 의미를 지닌다.
과거에는 전공 중심의 전문지식만으로도 사회 문제에 대응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기술과 인문학, 경영과 과학, 문화와 공학이 유기적으로 결합돼야만 복잡한 사회적 과제에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디자인과 공학이 만난 스마트시티, 인공지능과 의료가 결합된 정밀 진단기술, 인문학 기반의 사용자 중심 UX 설계 등은 모두 융합의 결과물이다.
이와 함께 전공이 다른 사람들과의 협력 연구, 기업 내 부서 간 협업, 대학 간 산학연계 프로젝트, 그리고 다른 세대, 지역, 종교 간의 소통과 이해 또한 융합의 중요한 형태다. 서로의 배경과 시각을 존중하며 협업할 때 우리는 더 입체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특히 오늘날 우리는 정치적 성향의 차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심화된 시대를 살고 있다. 진보와 보수, 세대 간 이념적 간극은 공동체 협력을 저해하고, 소통을 단절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민주사회에서 정치적 다양성은 건강한 논의와 균형을 위한 필수 요소이며, 이것이 갈등이 아닌 융합으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것이 성숙한 사회의 과제이다.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고, 다름 속에서 공통의 가치를 발견하는 태도는 정치적 융합의 출발점이 된다.
나아가 오늘날 글로벌 사회에서의 융합은 다른 인종과 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과의 공존과 화합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성을 갖는다. 글로벌 이민, 유학생 증가, 다문화가정 확산 등은 한국 사회에도 새로운 융합 과제를 던지고 있다. 이질적인 문화를 배척하기보다는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 다름을 통해 배움을 확장하는 열린 자세는 21세기 융합 인재의 필수 역량이다. 인종, 언어, 종교, 문화의 다양성을 포용하는 것 역시 진정한 의미의 융합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융합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융합경영학부는 기존의 경영학 교육을 넘어서는 통합적 커리큘럼을 지향한다. 기술적 이해와 인문학적 통찰, 경영 전략과 사회적 책임, 창의성과 공감 능력을 함께 키워주는 교육은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리더 양성의 기반이 된다.
융합은 단순히 지식의 결합을 넘어, 사람과 사람, 문화와 문화, 가치와 가치가 연결돼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진정한 융합은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에서 출발하며, 사회 전반의 협력과 공존의 가능성을 확장한다.
지속 가능한 미래는 혼자만의 힘으로는 만들 수 없다. 융합은 함께, 그리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며 나아갈 때 비로소 진정한 가치를 실현하게 된다. 이것이 이 시대가 융합을 필요로 하는 진정한 이유이며,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최화열 제주국제대학교 융합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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