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학주의 詩읽는 화요일] (116)- 아침의 마음

[황학주의 詩읽는 화요일] (116)- 아침의 마음
  • 입력 : 2025. 05.20(화) 03:00  수정 : 2025. 05. 20(화) 13:35
  •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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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아침의 마음-오은



눈을 떠도 다 보이는 것은 아니다

세수를 해도 다 씻기는 것은 아니다



걷고 있다고 해도

꼭 어디론가 이동하는 것은 아니다



가만히 있다고 해도

법석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입을 다물고 있다고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심장이 뛸 때마다

속에서는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발끝에 고인 눈물이

굳은살로 박이는 아침



바깥이 밝다고

안까지 찬란한 것은 아니다

삽화=배수연



이 시의 모든 연에서 '아니다'는 '있다'를 수행하듯 따라간다. 비록 우리는 있을 때가 있다 해도 '있다'의 편에 반대되는 의도된 몫을 한곳에 남겨둬야 한다는 듯이. 땅 위에 서 있는 사진 속의 사람이 뒤로 넘어진 사람이라고 볼 수도 있으니까. 한 사람이 마음에 품고 있는 선은 동시에 두 손가락 혹은 여러 손가락을 사용해 그려진 것이어서 단일한 것이 아니다. 사랑은 표면의 색이 환한 물빛을 띠어도 내면의 돌출부들은 붉은색을 띠고 있지 않은가. 그것이 고이고, 떨어질 때 눈물이다. 아침이 같은 계단을 통해 같은 입구로 들어왔다 할지라도 누군가는 반대편 입구로 나타난 것을 본 적이 있고, 지금은 사라진 다른 입구로 드나들었다는 증언을 할는지 모른다. 그저 아침으로 추정되는 무엇인가를 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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