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광장]미술관이 많아져야 한다

[한라광장]미술관이 많아져야 한다
  • 입력 : 2015. 03.10(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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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한 권 정도 책을 사던 필자는 몇 년 전부터 책을 거의 사지 않는다. 이사할 때의 어려움은 감수한다고 하더라도 늘어나는 책을 더 이상 둘 곳이 없기 때문이다. 집안에 두지 못해 지하실에 보관한 책들이 비에 젖고 나서는 책을 사는 것이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 요즘은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고 있다. 도서관을 이용하면서 동네에 도서관이 더 많아져야 하는 이유를 몸소 깨달았다. 집과 더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게으름 탓만은 아닐 것이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작품 구입에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은 비싼 그림의 가격이지만, 가격의 부담을 이겨내고 그림을 산다고 해도 한 두 점 이상 사기란 쉽지 않다. 보통의 경우 집 안에 그림을 걸어둘 벽과 보관해 둘 장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결국 그림도 미술관에 가서 봐야 한다. 따라서 관람객들이 쉽게 미술관을 찾을 수 있도록 동네마다 미술관이 생기면 좋다.

도서관이 많아지면 책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기 때문에 출판계가 어려워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수 있다. 어떤 측면에서는 맞는 말이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일반인들이 쉽게 구입하지 않는 서적들을 도서관에서 구입하기 때문에 출판사에 도움이 된다. 마찬가지로 미술관이 많아지면 작가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미술시장에서는 주로 집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작품을 위주로 거래가 된다. 작품이 집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크기가 작아야 하고 관리가 편해야 한다. 문제는 현대에 들어와서 작품은 점점 커지고 있으며,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게 되면서 작품의 관리 또한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작품들은 기업이나 미술관에서 구입하지 않으면 작가들에게도 부담이 된다. 작가들이라고 미술관처럼 온도와 습도가 관리되는 큰 규모의 수장고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미술관이야 말로 미술시장에 있어서 중요한 고객인 셈이다.

미술관이 많아지면 유익하니 미술관을 작은 마을마다 하나씩 만들자, 이렇게 주장할 수도 있으나 미술관 운영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미술관을 세우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든다. 국가는 이러한 짐을 개인과 나눠지기 위해 미술관 등록에 관한 규제를 완화하고 사립미술관을 장려했다. 그 결과 미술관의 수는 늘었지만, 기대한 만큼의 성과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사립미술관을 설립한 사람들의 대다수가 미술관 운영은 처음이기 때문에 시행착오가 있을 수밖에 없고, 분명한 철학을 갖고 미술관을 운영하기에는 전문성이 부족하며, 정부의 지원 없이 개인의 힘만으로 미술관 유지비용을 마련하기에는 힘에 부친다. 미술관의 수는 많아져야 하지만 미술관을 짓기만 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사립이라도 미술관은 공공성과 공익성을 담보해야 하기 때문에 개인의 것이라고 말할 수만은 없다. 따라서 등록미술관이라는 명칭과 일부 세제 해택 주는 것으로 비영리 미술관의 설립과 운영을 개인에게 전적으로 책임지게 하는 것은 국가의 직무유기처럼 보인다. 국가의 제대로 된 지원이 있어야 개인의 책임 있는 자세도 요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립미술관 설립계획 승인 신청에 앞서 실행되는 상담제도와 설립된 미술관 유지에 필요한 재정 등에 대한 지원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미술관 수의 증가와 함께 수준을 높이고 미술관을 유지하는 것에 도움을 줄 것이다. 이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은 것이다. <김연주 문화공간 양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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