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광장]제주형 공공수장고 건립을 위한 시론 Ⅱ

[한라광장]제주형 공공수장고 건립을 위한 시론 Ⅱ
  • 입력 : 2015. 01.14(수)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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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 글에서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는 도내 공립미술관 및 박물관 수장시설에 대한 대안으로 공공수장고 건립을 제안했다. 각 미술관 및 박물관에 나눠져 있는 수장시설을 통합하여 독립적인 기관으로 만들어 전문성을 높이고 효율성을 강화해 나가자는 것이다. 이러한 공공수장고는 기본적으로 도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것은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이 청주 옛 연초제조창 건물에 건립하려고 추진 중인 '국립미술품수장보존센터'와는 조금 다르다. 도내 공사립 미술관과 박물관뿐만 아니라 자신의 집에서 보관 중인 소중한 자료들도 쉽게 맡길 수 있고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하는 것이 제주의 실정에 더욱 잘 맞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지자체에서 소장품 관리를 위해 매년 예산을 지원받고 있는 공립미술관 및 박물관의 사정은 좋은 편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립기관의 경우에는 수장시설을 갖추지 못한 경우도 있으며 있다고 하더라도 재정적 부담이 크기 때문에 적절한 운영을 하지 못하고 있다. 사립미술관과 박물관도 이 정도의 현실인데 문중이나 개인들이 보관하고 있는 소장품에 관해서는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일각에서는 개인의 소장품은 매매의 대상이 되는 개인 재산인데 세금을 투입해서 관리해 줄 필요가 있냐고 이야기한다. 물론 사적 소장품은 개인의 재산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장품을 개인의 장롱과 창고에서 꺼내어 공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개인보다 과학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소유의 문제를 떠나서 문화 예술품들을 어떻게 도민 모두가 향유하고 공유할 수 있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그렇다면 '공공수장고는 어떤 기능을 하는가?' 공공수장고의 가장 큰 기능은 작품 소장이며 수장고의 소장품을 안전하게 보존·관리하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일 것이다. 그렇다고 보존에만 치우치는 것이 아니라 소장품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공공수장고에다가 작은 전시실을 지어 소장품을 전시해도 좋지만 무진동 차량을 이용해 필요로 하는 기관에 운송해 주어야 한다. 또한 훼손되거나 손상된 작품을 수리하거나 복원도 할 수 있어야 언제 어떻게 발생하게 될지 모르는 긴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공공수장고를 어디에 지을 것인가?' 공공수장고는 다양한 입지에 위치할 수 있다. 구도심의 유휴시설을 리모델링하는 것도 가능하고 교외 부지에 건립하는 것도 가능하다. 못 쓰는 창고나 폐교 등도 좋은 공간이 될 수 있다. 해안지역도 좋고 산간지역도 문제없다. 수장고는 수장할 미술품의 재료에 따른 종류별로 항온·항습이 될 수 있도록 만든 시설이므로 입지에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듯 공공수장고 건립은 수장 기능만을 높여주는 것이 아니다. 부수적으로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사업이다. 공공수장고에 소장품에 관한 조사·연구 기능을 부여한다면 역사, 문화, 예술 등을 종합한 제주학을 연구할 수 있는 기관이 될 수 있고 전시기능을 더한다면 이동박물관이나 유휴시설의 전시공간화 사업 등을 진행할 수 있으므로 적은 비용으로 보다 빠른 기간에 지역민들의 미술문화향유의 기회를 증대시켜 줄 수 있을 것이다. <김재경 제주돌문화공원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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