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광장]제주형 공공수장고 건립을 위한 시론 Ⅰ

[한라광장]제주형 공공수장고 건립을 위한 시론 Ⅰ
  • 입력 : 2015. 01.13(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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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주도 미술계를 중심으로 수장고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수장공간이 없어 제주도미술대전 대상작들을 도립미술관, 제주도문화예술진흥원, 제주영상위원회 등에 나누어 보관시켰으나 이마저도 충분치 않아 올해부터는 기증이나 기탁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 있었고 지난해 하반기에는 도립미술관의 수장공간이 5년 이후에는 포화상태에 이른다는 보도가 있었다.

미술관 및 박물관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작품(유물)의 수집과 보관이다. 하지만 이 기능을 담당하는 수장고 건립에는 상당한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 운영 중인 도내 대다수 미술관(박물관) 수장공간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제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상 설립기준에 소장품 수와 전시실 면적에 대한 규정만 있고 수장고에 대한 규정이 없어서 2000년대 이후 미술·박물관이 급속한 수적 확대를 이루었음에도 수장공간은 이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운영중인 미술관에 수장공간을 확장시키는데는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다. 유휴공간이 있어서 수장고로 리모델링한다면 그 비용을 줄일 수 있겠지만 실질적으로 현재 미술관에 남는 공간은 거의 없다. 따라서 현재 운영중인 공공미술관이 모두 독립된 수장시설을 신축이나 증축으로 건립해야 하는데 이는 엄청난 건축비용이 수반된다. 또한 막대한 비용을 들여 건립하더라도 관리, 운영을 위해 매년 지속적인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그러므로 필자는 미술·박물관의 보존·관리 기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공공수장고의 건립을 제안한다. 공공수장고는 전문 수장시설로 광역자치단체에 하나의 대규모 시설을 건립하여 수장기능, 연구기능, 복원기능 등을 총체적으로 진행하고 공·사립 미술·박물관의 소장품만이 아니라 개인의 소장품까지도 보존·관리 하는 공간이다.

이렇게 한 기관에서 다수의 소장품을 관리하게 된다면 얻게 되는 장점은 많다. 하나의 예로 공공수장고와 비슷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한국국학진흥원은 2002년부터 '목판10만장 수집운동'을 펼치면서 여러 문중에서 기탁받은 '유교책판' 6만여점을 장서각에 모았다. 이 자료 중 가치가 높은 것을 선별해 2015년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도전한다. 이러한 성과는 목판을 장서각에 모으고 연구하여 이룬 결과물이다. 만일 목판이 문중 서고와 개인 창고 속에 흩어져 있었다면 그 가치는 낮았을 것이다.

또한 현대미술관에서 운영중인 미술은행 사업의 경우에는 국비로 미술작품을 구입하고 수장하고 있다가 필요한 기관에서 요청하면 전시할 수 있도록 대여해준다. 이런 방식은 재정적으로 열악한 미술관의 전시실을 활용할 수 있으며, 미술관이 없어 미술작품을 향유할 기회가 많지 않은 지방 중소 도시민들의 문화향유권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

제주는 공공수장고를 건립하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어느 곳에 공공수장고를 건립하여도 1시간 이내에 무진동 차량으로 수송이 가능하며 100여개의 크고 작은 미술·박물관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공공수장고 건립 방안에는 다양한 것이 있을 수 있으므로 득과 실에 대해 면밀히 분석하여 추진한다면 공공수장고가 문화예술의 섬으로 발전하는데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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