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광장]행복 찾기 비밀

[한라광장]행복 찾기 비밀
  • 입력 : 2014. 12.30(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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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신생국 동티모르에 다녀왔다. 국토의 상당 부분이 산간 지역이며 해발 고도가 높은 곳에는 마을들이 흩어져 있고 도로가 열악하며, 농촌에서는 전기 접근성이 매우 낮다. 여전히 대외 의존적 경제구조로 GDP에서 국제원조액이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큰 개발도상국이고, 인구수는 대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여성이 가임기간에 출산하는 평균 자녀수가 (2010년) 한국은 1.22인 반면 동티모르는 5.5명이고, 출생 시 기대여명은 64세이다. 출산 시 모성 및 영유아의 사망수준이 매우 높으며, 이러한 모성 및 영유아의 사망을 줄이고자, 저 출산 장려정책과 모성건강개선원조사업을 지원하고자 방문했다.

동티모르에서 모성사망과 관련된 요인들은 여성의 낮은 지위와 낮은 모성보건 지식수준, 보건의료체계 무료 서비스에 대한 무지와 문맹(15세 이상 인구의 54%), 20세 이전의 조혼과 출산(10대 7.2%) 등의 의료이용 인지와 결정에서의 지연요인이다. 또한 고지대 산악지형, 열악한 도로, 교통수단 미비, 교통비를 마련할 수 없는 저소득 상황으로 인한 의료 방문지연요인과, 분만 가능 의료인력 부족, 의료인력의 경험과 교육 부족, 장비가 없거나, 고장 났거나, 사용방법을 모르거나 필요한 약품이 확보되지 않거나 적절하게 사용하는 데 필요한 지식이 없는 등의 이유로 의료기관 도착 후 적절한 진료를 받기까지의 지연요인의 이유로 목숨을 잃게 된다.

아프리카의 개도국 경험에서도 그러했지만 동티모르 또한 이미 많은 아이들을 낳아버린 십대 이십대의 젊은 엄마들이 많다. 특히 산간오지에 더 많다. 전기와 수도 공급도 되지 않는 나뭇가지를 걸쳐 엮은 허술한 집에서 어떻게 아이가 아이를 분만하는지, 또 낳은 아이가 자라기도 전에 또 다른 아이를 어떻게 낳고 키우는지, 4명의 아이를 둔 19살 임산부가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여전히 학교에 다닐 듯 보이는 여린 학생의 체구로 늘어진 젖을 먹이고 있는 모습을 보면 참 짠하다. 성적 차별이 심할수록, 조혼(早婚)이 성행할수록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낮을수록 여성이 죽는다. 여자가 배우고 깨우치고 학교에서 교육을 받을수록 결혼 연령도 늦어지고 또한 출산율도 낮으며, 사망률도 낮다. 교육을 통한 인식개선이 키워드다.

난 새삼 유교적인 남존여비사상이 사회에 만연하고,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낮았던, 대부분 서민여성들은 그야말로 '낫 놓고 기역자'도 몰라야 했던 고려 말 조선 초, 아니 그 옛날에 태어나지 않음에 감사한다. 또한 지구에 현존하는 250여개의 국가 중 여성의 교육기회가 대학까지 완전히 균등하게 이루어지고 학교·사회·가정교육 전반에 있어서 남녀의 역할구분에 따른 차이는 있을지언정 성적인 차등은 거의 없어진 이 시대, 이 공간, 이 자리에 있음에 감사한다. 내가 단전, 단수, 말라리아의 위험을 감수하고 개도국 경험을 즐거이 나서는 이유는 그들의 상황을 눈으로 보면서야, 잊고 있던 내가 살고 있는 이 시간과 이 공간, 내가 가진 것들에 대한 안도와 감사, 일상에서 타성 시 되는 삶에 잊었던 감사의 비타민을 공급받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좀 더 깨우친 사람이라면, 한 번의 경험을 득(得)하고 평생 그러한 맘으로 살아야 하건만, 그 비타민의 약효가 떨어질 때 쯤 난 또 기쁜 마음으로 떠나고 싶을 것이다. 나만의 건강기대수명을 높이는 행복 찾기 비밀이다. <배서현 제주한라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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