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광장]문화예술 지원정책, 변화의 필요성

[한라광장]문화예술 지원정책, 변화의 필요성
  • 입력 : 2015. 01.06(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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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때면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은 바쁘다. 곧 있을 지원사업에 대한 공모 준비와 함께 이미 끝난 사업의 지원금을 정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화예술계의 발전을 위해 조성된 지원금은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된 것이니 올바르게 사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올바르게'라는 단어에 있다. 사람마다 '올바르게'에 대한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술가는 지원 사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것이 지원금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위해 스스로 자기 자신을 착취하면서까지 최선을 다한다. 반면 행정가에게 지원금의 올바른 사용이란 정부의 지침에 따라, 증빙이 가능한 방식으로 지원금을 사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행정가의 입장에서는 지원받은 예술가가 정부의 지침에 따라 지원금을 제대로 집행했는지를 확인해야 하며 이를 위해 예술가들이 지원금 사용내역을 증빙하는 일은 당연하다.

예술가와 행정가 사이의 서로 다른 견해로 인해 예술가는 행정가에게 서운하고 행정가는 예술가에 대해 불만이다. 둘 다 옳기 때문에 잘잘못을 따지는 일은 불필요해 보인다. 오히려 이러한 생각의 차이를 줄여나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예술가나 행정가 개인의 차원에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서로 다른 옳음이 존재하는 이유가 문화예술 지원정책에 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지원정책의 변화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정책을 바꾸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로서는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그래서 논의를 시작해야 하며, 한 번 바꾼 정책을 다시 바꾸기 어려우니 신중하고 철저한 준비 아래 새로운 지원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문화예술 지원정책을 바꾸기 위해서는 선행되어야 할 일들이 있다. 우선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이유부터 다시 돌아봐야 한다. 예술가가 가난하기 때문에 예술가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사회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이 아직 꽃피지 않는 예술가들에게 있기 때문에 그들이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또한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것에 대한 필요성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술가 지원에 대한 사회적인 지지와 합의는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가 높아져야 가능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원대상과 지원사업에 따른 세분화된 지원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지원정책은 모든 지원대상과 지원사업에 대해 획일화된 제도와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예술가, 창작공간, 협회 등은 다른 활동과 사업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지원금 사용규정을 따라야 하고 때때로 같은 잣대 아래 심의와 평가를 받는다.

제주도를 예로 생각해 보자. 제주도의 다양한 창작공간의 운영 사례가 다른 지역의 모범이 되고 있다. 만약 이러한 창작공간들이 유지되기 바란다면 창작공간 유지에 적절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점점 높아지는 임대료로 인해 제주도의 예술가들이 더 싼 작업실이 있는 육지로 내몰릴 형편에 놓이게 된다면 예술가들에게 작업실 유지에 필요한 부분을 지원해야 한다. 이와 같이 제주도가 '남다른' 문화예술 지원정책을 마련하고 이것이 언젠가 다른 지역의 모범사례가 되는 날이 오길 새해 소원으로 빌어본다. <김연주 문화공간 양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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