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스토리텔링 기원 연 금석학 연구

문화재 스토리텔링 기원 연 금석학 연구
제주전역 비석 조사한 홍순만의 '濟州의 碑'
  • 입력 : 2013. 07.05(금) 00:00
  • /표성준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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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구내에 11기의 목사·판관의 비석이 있다. 제주 각지에 흩어져 있던 비석들이 보존 등의 이유로 옮겨진 것으로 추정될 뿐 각각의 원래 위치는 물론이고 무슨 이유로 언제 박물관에 옮겨졌는지도 알 길이 없다. 문화재가 소재했던 원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은 문화재 정책의 기본 원칙이면서 상식 중에서도 상식이다. 또한 불가피한 이유로 이전되면 그 연원과 경과를 조사하고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후손들이 그 문화재를 소중히 보존하고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한라일보 논설위원과 주필을 역임한 고(故) 홍순만 전 제주문화원장은 35년 전 어느 누구도 주목하지 않은 제주의 '비(碑)'에 관심을 갖고, 제주도 구석구석을 누볐다. 비석의 소재지 및 상태와 명문(銘文)에 대해 면밀히 조사하는 제주의 금석학(金石學) 연구가 시작된 셈이다. 어찌보면 유물·유적의 문화재 실태조사뿐만 아니라 거기에 역사 이야기까지 담아내는 이른바 문화재 스토리텔링 작업의 본보기를 처음 열었다고 할 수 있다. 그 결과물은 1978년 3월 15일부터 1979년 2월 16일까지 '제주신문'에 주 1회씩 소개됐다.

그 후 제주도 각 기관과 문화단체에서 '제주도마애명'과 '북제주군 비석 총람', '제주시 비석일람', '우리 고장의 비석들' 등을 간행했다. 그러나 비의 소재지와 규모, 상태, 명문 등의 사항을 제시하는 금석학적 소개에 머물렀다. 왜 세워졌는지, 당시 정치·사회적 배경은 어떠했는지, 관련 인물에 대한 종합적 고찰 등의 역사 고증은 저자가 시도한 이래 아직껏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저자가 고인이 된 2009년 이후부터 장남 홍기표 성균관대 사학과 겸임교수를 비롯한 유족들은 저자가 스크랩한 자료를 뒤적이며 이를 출간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2011년부터 1년간 신문 연재 기사의 활자화, 오탈자 및 오류를 바로잡는 작업을 진행하고, 2012년부터 올해 2월까지는 저자가 누볐던 지역을 다시 방문해 사진을 찍었다. 대부분은 세월을 잘 버텨온 사실을 확인했지만 주요 비석과 그 소재지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 장치와 안내문이 설치되지 않은 곳도 많았다.

특히 그동안 누구의 것인지 모른 채 불명(不明)의 비로 전하는 것들 중에는 저자에 의해 확인이 가능한 사례도 여럿 있다. 김녕리 비석거리의 철비는 현재 밑 부분만 남은 채 망실되어버려 철 겉면에 새겨졌을 각자를 확인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저자는 35년 전 이 비를 '사상양공헌수영세불망비(使相梁公憲洙永世不忘碑)'로 이미 소개한 바 있다. 이처럼 책에는 35년 전 당시까지 전하던 150기 전후의 비석의 역사를 소개한다.

유족들은 이번 발간을 계기로 고인의 연구·저작 활동을 세상에 다시 내놓는 작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경신인쇄사.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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