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일 윤수련 대표가 증강 현실을 활용한 이중섭거리 활성화 사업 예정지인 이중섭 거주지를 찾았다. 진선희기자
[한라일보] "주변에서 제주가 창업하기 좋은 곳이고 기회가 많다고 했다. 아이템을 고민하던 중 이중섭거리를 방문했다. 특성화 거리를 활성화하려면 즐길 거리가 필요한데 이중섭거리엔 콘텐츠가 부족해 보였다. 그게 시작이었다."
지난 11일 이중섭거리에 있는 이중섭 거주지를 찾은 에피스페이스 윤수련 대표(32)는 그곳 풍경들을 휴대전화에 담았다. 1년 차 제주도민인 그에게 이중섭거리는 1인 창업에 뛰어든 계기이자 서귀포의 삶을 이어가는 동력이어서다.
제주에 정착하며 SNS에 100일 넘게 창업 준비 일지를 올렸던 윤 대표는 지난 4월 이중섭거리를 주제로 한 'NFC와 증강 현실(AR)을 활용한 지역 특성화 거리 활성화 서비스'로 한국관광공사의 예비관광벤처기업에 뽑혔다. 이달부턴 서귀포시 중정로 농협 건물에 들어선 서귀포시 스타트업베이 입주 기업으로 선정돼 막바지 개발에 힘쓰고 있다.
증강 현실을 체험하려면 대개 모바일 어플을 내려받아야 하는데 윤 대표는 웹사이트에 기반해 QR코드를 찍고 장소를 따라가는 방식을 택했다. '서귀포의 환상', '춤추는 가족' 등 이중섭 대표작을 활용한 3D 프린팅 굿즈도 구상하고 있다. 오는 8월까지 작업을 마치고 9월쯤엔 이중섭거리에서 시연할 예정이다.
대학 조소과를 거쳐 대학원 아트&테크놀로지 석사 과정을 졸업한 윤 대표는 물리적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가상의 현실에서 풀어내는 콘텐츠 확장성에 매력을 느꼈다. 서울에서도 콘텐츠 제작 회사에 다녔다.

윤수련 대표가 서귀포시 스타트업베이에서 포즈를 취했다. 진선희기자

3D 프린팅을 활용해 이중섭의 그림 '춤추는 가족'을 입체적으로 재탄생시켰다.

윤수련 대표가 구상 중인 증강 현실(AR) 활용 이중섭거리 콘텐츠 일부. 벽화가 그려진 이중섭거리 골목을 배경으로 가상 현실 속 소가 관람객들 앞으로 걸어오고 있다. 윤수련 대표 제공
제주행은 서울살이에 지친 결과다. 지난해 11월 배우자와 함께 제주로 향해 서귀포칼호텔 인근에 단기 임대로 거처를 구했다. 상상했던 제주 생활과 부합하는 곳이 자연 친화적인 서귀포였다. 컴퓨터만 있으면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작업이라 서울이 아니어도 됐다. 서울에서는 스트레스 지수가 좀체 줄지 않았지만 제주에선 동네 한 바퀴를 산책하면 뚝 떨어졌다. 올 4월엔 서귀포시 대천동에 '연세'로 집을 빌렸다.
그는 몸으로 부딪히며 제주에 적응하는 중이다. 제주청년센터, 제주패스파인더, 제주청년원탁회의, 유니버설디자인 도민참여단 활동 등 청년으로서 배우고, 느끼고, 목소리를 내는 일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겨울 지나 봄, 여름을 맞는 동안 일에 쫓기느라 꽃놀이는 놓쳤지만 고사리 꺾기, 성게 체험 등 청년 프로그램으로 제주를 만나 왔다. 먼 곳에 가려면 버스를 타고 장시간 이동해야 하는 불편 탓에 자동차를 구입해 운전하게 된 것도 한편으론 제주 생활의 즐거움이다.
최근엔 서귀포시 중앙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의 시민기록단(아키비스트) 양성 과정을 수강하며 지역민들만 아는 이야기를 콘텐츠에 담겠다는 바람이 커졌다. 자연과 지역과 사람, 거기에 기술이 결합한 콘텐츠로 강정항 크루즈 관광객 등 서귀포매일올레시장 방문객의 10%만이라도 맞은편 이중섭거리로 건너오게 하자는 목표도 세웠다. CEO로, 코딩 강사로, 예술가 등으로 청춘의 한 시절을 건너고 있는 그는 제주에 살려는 청년들에게 이런 말을 전했다.
"창업하면서 강의도 맡는 등 여러 일을 하는 'N잡러'들이 주위에 많다. 그런 삶이 가능하다, 괜찮다 하는 분들에게 제주살이는 큰 두려움이 없을 듯싶다. 만일 궨당 문화로 배척당하는 기분이라면 이곳을 말이 통하는 외국이라고 여기면 마음이 편해질 것이다. 제주는 '탐라국'이었지 않나. 이주민들에게 말을 걸지 않았던 마을 분들도 1년이 지나면 달라진다는 얘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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