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이 다가온다. 습관처럼 '여름방학에 읽을만한 책'을 찾기 위해 신문사 한 켠 책상 위에 켜켜이 쌓인 신간 그림책을 하나하나 꺼내 펼쳐봤다. 특별한 곳으로 여행을 떠나거나 마음을 다룬 책들이 눈에 들어온다. 몇 권을 추려 담아본다.
ㅣ창덕궁에 불이 꺼지면
[한라일보] 창덕궁의 오래된 돌다리 '금천교' 간 위에는 수백년 동안 궁궐을 지켜온 해치가 있다. 나쁜 기운을 쫓느라 쉴 틈 없었던 해치는 시간이 흘러 더는 궁궐에 사람이 살지 않게 되면서 긴긴 잠에 빠져든다. 그러던 어느 날 해치 앞에 개구리 한마리가 찾아온다. 해질녘만 되면 찾아온 개구리는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해치에게 궁궐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런데 하루도 빠짐없이 오던 개구리가 갑자기 보이지 않는다. 기다리고 또 기다려도 개구리는 오질 않는다.
이 책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창덕궁을 배경으로 해치와 개구리의 우정을 담은 책이다. 아름다운 주변 환경과 어우러진 세련된 건축을 자랑하는 창덕궁의 이모저모를 해치와 개구리의 이야기 속에 녹여낸다. 여기에 '그리움'이라는 감정에 대해 다정하게 이야기한다. 최정혜 글·그림. 책읽는곰. 1만5000원.
ㅣ 라온의 특별한 여행
기다리던 여름방학, 주인공 라온과 하온은 아빠와 함께 멕시코 칸쿤으로 여행을 떠난다. 새끼 바다거북을 만나기 위해서다. "바다거북은 파도가 잔잔하고, 달빛이 고요한 밤을 좋아해요. 우리는 그런 밤을 기다렸다가 막 알에서 나온 새끼 바다거북을 바다로 보내 주지요. 신기하게도, 새끼 바다거북은 십오년 뒤에 꼭 자기가 태어났던 이 곳으로 찾아온답니다." 호텔 로비에서 만난 바다거북 보호 활동가의 말에 아이들은 달빛이 고요한 밤을 기다리고, 드디어 그 때가 왔다.
이 책은 바다거북의 생태·환경에 관한 이야기와 새끼 바다거북을 보호하고 바다로 되돌려 보내는 활동을 하는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저자가 여행에서 새끼 바다거북을 만나고 바다로 무사히 보내는 체험을 바탕으로 썼다. 한은경 글·최정인 그림. 도토리숲. 1만6800원.
ㅣ 나는 발차기 중
수영장에 한 아이가 들어선다. 물안경을 서툴게 쓰고 친구들과 반대 방향으로 준비 체조를 하고 거북이등 벨트도 못 채우는 등 어딘가 서툰 모습이다. 하지만 아이는 '일부러 못하는 척'한다고 말한다. 아이는 물 속에서도 친구들이 훨씬 앞서 나갈 때 한참 뒤쳐진다. 혼자 남은 후에도 아이는 계속 헤엄을 친다. 물을 먹기도 하고 발이 빠지기도 하고 부딪히기도 하지만 발차기를 하며 자신의 속도로 완주한다.
어린시절 미술시간마다 다른 친구들의 그림을 보며 좌절했던 저자는 첫 그림책으로 자신과 같은 상황에 놓인 이들에게 조금 서툴고 느려도 괜찮다고 위로를 전한다. 이혜원 지음. 1만8500원. 브와포레.
ㅣ내 마음은 알록달록해
"가끔 내 마음속 감정들이 알록달록 뒤섞일 때가 있어." 주인공 올리브의 마음 속엔 여러 감정이 산다. 학교 가는 첫날은 설레면서도 걱정스럽고, 친구 생일파티에 가서는 신나게 놀다가도 친구가 받는 선물을 보면 살짝 샘도 난다. 동생이랑 노는 건 즐겁지만 엄마 무릎을 빼앗겨 화가 난다.
이 책은 올리브처럼 기쁨·설렘·두려움·즐거움·슬픔·화·걱정 등 여러 감정의 파도를 경험하는 아이들을 위한 책이다. 감정을 색으로 표현한 저자는 학교, 집, 가족관계, 친구사이 등 일상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상황에서 여러가지 감정을 동시에 느끼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다양한 감정 변화를 겪는 아이들이 유연한 마음으로 자기 감정을 찬찬히 들여다보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메리엄 게이츠 지음·앨리스 호킨스 그림·민지현 옮김. 푸른숲주니어. 1만4000원.
ㅣ마늘꽃
"마늘은 단단한 줄기 끝에 꽃이 핀대. 꼭 줄기를 지켜서 나중에 함께 춤추자"라는 애벌레의 말에 마늘이는 줄기를 지키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땅 속 깊숙이 들어간다. 그저 꽃이 되어 바람과 함께 춤추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느날 요란한 소리가 나더니 마늘 친구들이 사라진다. 홀로 남은 마늘이는 새로운 여정을 떠난다.
마늘꽃을 다룬 그림책이다. 저자는 2년간 직접 마늘을 키워 꽃을 피워내고 관찰하면서 이 책을 썼다. 마늘에게도 꽃이 있는데, 수확할 시기를 놓치고 버려졌을 때 단단한 줄기 끝에 봉우리가 터져 꽃을 피운다. 저자는 "누군가에게 인정받지 못해 서러운 생각이 들 때 바람과 춤추고 싶었던 마늘이를 떠올려 달라"고 전한다. 최서영 지음. 봄봄. 1만6800원.
박소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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