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1)거슨새미오름 둘레길-안돌오름-밧돌오름-돌오름물-서수모루길-당오름 본향당-괭이모루 둘레길-아부오름

[2025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1)거슨새미오름 둘레길-안돌오름-밧돌오름-돌오름물-서수모루길-당오름 본향당-괭이모루 둘레길-아부오름
별처럼 흩어진 오름의 왕국, 송당을 걷다
  • 입력 : 2025. 07.18(금) 03:00
  • 김미림 기자 kimmirim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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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진행된 2025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1차 행사에 함께한 참가자들이 돌오름물 주변에 앉아 휴식하며 해설을 듣고 있다. 정은주 여행작가

비탈 너머 펼쳐진 오름의 파노라마
당오름을 수호한 금백조의 전설과
옛 쇠테우리의 숨결 함께 한 여정

[한라일보] 한 해도 어느덧 반년이 지났다. 남은 하반기를 시작하는 7월 첫 주. 지난 5일 한라일보의 '2025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첫 행사가 열렸다. 찌는 듯한 더위에도 불구하고 도민과 관광객 40여 명이 이른 아침부터 함께 길을 나섰다. 동쪽 중산간 마을인 송당리 오름들과 숨은 샘물, 본향당까지 역사문화생태를 고루 훑는 알찬 시간이었다.

처음 발을 내디딘 곳은 거슨새미오름.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줄지어 선 탐방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신선한 공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든다. 숲길이 익숙해지자 곳곳에 커다란 잎을 펼친 초본식물이 눈에 띄었다. 조선시대 사약 재료로 쓰였다는 천남성이다. "간혹 신기하다고 만지기도 하는데 겉보기와 달리 독성이 강한 식물이에요. 함부로 만져선 안 됩니다." 길잡이로 나선 자연환경해설사협회 고정식 회장이 천남성을 비롯해 거슨새미오름의 생태를 술술 풀어놓는다. 오름 안에는 주민들이 가꾼 1만 여 그루의 비자나무 숲도 있다. 여기서 채취한 열매는 지역민들의 또 다른 소득원이 된다고. 고향이자 삶의 터전인 곳이기에 마을 역사부터 잊힌 길까지 훤히 꿰뚫고 있는 고 회장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송당에 오름만 24개가 있다는데, 가히 '오름의 본고장'이라 부를 만하다.

거슨샘물

꿩알

도깨비가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라산을 향해 거슬러 흐른다'는 거슨새미물을 만났다. 독특한 지형 구조가 만들어낸 재미난 이름이다. 이제는 식수 기능을 잃었지만 오랫동안 마을 사람들의 생명수 역할을 했던 물이다. 새들과 작은 동물들에겐 여전히 '깊은 산속 옹달샘'인 곳. 물기를 머금은 듯 청아하게 울리는 섬휘파람새의 노랫소리가 지척에서 들려왔다.

지난 5일 진행된 2025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1차 행사에 함께한 참가자들이 안돌오름 주변 정경을 감상하며 밧돌오름을 향해 내려가고 있다.

임도를 사이에 두고 안돌오름이 마주 보고 있다. 안돌오름에 오르면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밧돌오름까지 이어진다. 마치 한 몸처럼 붙어 있는 이들 오름을 마을 사람들은 '돌오름'이라 통칭해 부른다. 오름 사이에 하잣성이 놓였는데 이를 기준으로 잣성 안쪽은 '안돌', 바깥쪽은 '밧돌'이라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안돌오름과 밧돌오름은 높이 350~360m 정도로 동부 오름 가운데서도 꽤 높은 축에 속한다. 더위에 비탈길을 올라야 하는 수고로움은 있었지만 정상에서 바라본 경치는 그보다 몇 배는 더 값졌다. 안돌오름에서는 한라산을 필두로 거문오름과 부대오름, 부소오름 등 오름 군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밧돌오름에 오르면 다랑쉬오름과 높은오름은 물론 멀리 성산일출봉과 우도까지 내다보인다. 어떤 명화가 이보다 더 웅장하고 감동적일까. 자연이 빚은 작품 앞에선 언제나 겸허한 마음이 된다. 안타깝게도 일제강점기 시기 일본군이 파헤쳐 놓은 동굴들이 이곳에도 있다고 하니 마음 한편이 다소 무거워졌다.

알락하늘소

예덕나무

천남성

안돌·밧돌오름은 유난히 민둥산처럼 보이는데 1987년까지도 방엣불(목초지에 놓는 불)을 놓았기 때문이다. 잣성과 방엣불을 비롯해 이곳에는 제주 목축 역사를 엿보게 하는 옛 흔적들이 많다. 밧돌오름에 숨은 돌오름물을 찾아 나섰다. 탐방로를 벗어난 코스이기에 한 발씩 조심스럽게 발을 옮겼다. 억센 풀과 나뭇가지들을 헤치고 들어선 숲에 깊은 웅덩이처럼 보이는 물통이 모습을 드러냈다. 옛적 쇠테우리들이 며칠씩 방목에 나설 때 식수로 쓰고, 소들도 마시고 빨래도 했던 물이다. 돌오름물 옆에는 소를 잃어버린 목동들이 떡과 쌀을 바치며 기도했다는 작은 신당 터도 있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린 장면들이지만 왠지 모르게 신비로운 분위기가 감돈다. 사실 돌오름물은 마을 유적지 보존 차원에서 평소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 곳이다. 이번엔 에코투어를 위해 마을과 협의해 특별히 개방한 것이다. 언제 다시 가볼 수 없는 곳이기에 더없이 뜻깊은 시간이 되었다.

흰뱀눈나비

하늘타리

송당본향당

<정은주 여행작가>

서수모루길을 거쳐 송당 본향당이 있는 당오름 주차장에서 도시락을 펼쳤다. 밥맛이 그야말로 꿀맛이다. 이곳 본향당에 전해 내려오는 금백조와 소로소천국에 대한 전설을 뒤로하고 괭이모루를 넘어 마지막 코스인 아부오름으로 걸음을 옮겼다. 야트막하지만 많은 것을 품고 있는 오름이다. 시시때때로 불어오는 바람이 걷는 내내 든든한 응원군이 되어 주었다. 어느새 훌쩍 자라버린 나무들이 분화구를 가린 것이 다소 아쉬웠지만 부드럽게 물결치는 능선을 바라보며 긴 여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정은주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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