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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후 작가의 詩(시)로 읽는 4·3] (70) 바람, 의 묘지-제주4·3항쟁에 부쳐-이민숙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0. 08.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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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죽어서 가는 골목, 바람이 분다.....살아야겠다

사랑이 죽어 날아가는 허공, 바람이 분다.....살아야겠다

그리움 죽어서 더한 그리움, 바람이 분다.....살아야겠다

너머 너머 암흑 너머, 바람이 분다.....살아야겠다

적막타 제주도 윤슬 바다, 바람이 분다.....살아야겠다

바람 깃털로 휘날리는 하루가 떠오른다 동그란 열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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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세찬 마파람은 내 책을 펼치고 또한 닫으며,/ 물결은 분말로 부서져 바위로부터 굳세게 뛰쳐나온다./ 날아가거라, 온통 눈부신 책장들이여!/ 부숴라, 파도여! 뛰노는 물살로 부숴 버려라/ 돛배가 먹이를 쪼고 있던 이 조용한 지붕을!"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Paul Valery, 1871~1945)의 시 '해변의 묘지(Le cimetiere marin)'에서 뽑아보았다. 해변의 묘지는 우리의 시간이 묻힌 언덕이다. 그 언덕에서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았다. 4·3은 바로 바람이 죽어서 가는 길목이다. 4·3은 사랑이 죽어 날아가는 허공이다. 그리움이 죽었다. 암흑이다. 그렇지만 바람이 불고, 살아야한다.

미군정 하에서 일어난 4·3사건은 이승만 정권이 무너진 1960년 4월 19일 이전까지는 남로당에 의해 주도된 공산반란이고, 군경에 의하여 피살된 자는 모두 무장유격대원이거나 그 동조자라는 것에 대한 반론을 제기할 수 없었다. 1960년 5월 제주대생 7명이 '4·3사건진상규명동지회'를 조직, 진상조사 작업에 나섰다. 1960년 4·19혁명으로 비로소 시작된 4·3사건에 대한 논의는 다음해 5·16군사정변으로 중단되었다. 4·3사건 진상규명 운동은 1989년에 이르러 더욱 활기를 띠었다. 제주지역의 사회단체들은 '4월제 공동준비위원회'를 결성하고 '제주항쟁 추모제'를 제주시민회관에서 개최했다. 1990년 유족들은 '제주4·3사건민간인희생자유족회'를 조직했다. 20세기를 보름 남겨둔 1999년 12월 16일 국회는 '제주43사건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에관한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세계사란 자유의식에 있어서의 진보과정이며, 우리는 그 과정의 필연성을 인식해야 한다." 헤겔(Friedrich Hegel)의 문장에 나오는 말이다. 역사에서 진보란 필연적인 것이다. 진보가 필연적이라는 것은 역사가 우연한 사건들의 연속이 아니라는 것을 말한다. 인류의 진화와 더불어 인류 역사는 진보되고 있다.

<김관후 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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