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희식의 하루를 시작하며] 순백의 정성

[부희식의 하루를 시작하며] 순백의 정성
  • 입력 : 2019. 04.17(수) 00:00
  • 김경섭 기자 kk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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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이라 했던가, 서양 사람들이 즐겨 인용하는 피그마리온의 효과Pygmalion Effect도 머리를 스친다. 피그말리온은 희랍 신화에 나오는 조각가이다. 그가 큰 상아象牙를 소재로 여인상을 조각했다. 완성된 여인상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피그말리온은 여인상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여인상에게 멋있는 옷도 입혀주고 고급 목걸이도 사서 걸어 줬다. 철이 바뀌면 철따라 아름다운 옷이며 장식품도 바꿔주고 달아 줬다. 나들이 할 때는 포옹을 해 주고, 입맞춤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것은 여인상에 생명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 소망을 위하여 그는 온갖 기도와 순백의 정성을 다했다. 마침내 상아 여인상은 생명을 얻게 되었고, 완연한 여인으로 변신되었다. 그들은 결혼을 하고 한 쌍의 행복한 부부가 되어 아들 '파토스'를 갖게됐다. 귀프러스의 해안 도시 파토스는 그들의 아들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지극한 정성이면 하찮은 상아 조각품에도 생명이 깃들거늘, 정성을 다하면 어찌 못이룰 일이 있겠는가. 그러나 앞만 보고 뛰어가다 보면 때로는 고난과 역경의 산맥을 넘어야 하고, 고뇌의 비애의 강을 건너야 할 때도 있다 이럴 때 가장 슬기로운 지혜는 참고 인내하는 길이다.

그래서 우리 선현들은 일인백락一忍百樂이라고 했다. 한번 참으면 백번 즐겁다는 옛 덕담은 지금도 찬란한 금언으로 전해지고 있다. 불가에서도 세상살이에서 곤란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고 한다. 세상살이에서 곤란이 없으면 상대방을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하는 마음이 생겨서 마침내 그 사람을 황폐화시킨다고 한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스물두 살 때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막상 미국에 도착하고 보니, 돈없이 공부하기는 고사하고 살아가기도 힘들었다. 그래서 보통사람들이 기피하는 어렵고, 더럽고, 위험한 일을 찾아 나섰다. 시체 수습하기, 화장실 청소, 고층건물 페인트 칠하기 등 닥치는대로 일하며 번 돈으로 공부도 하고, 가난한 교포 돕기, 흥사단 운영 자금도 대고, 고국에 돌아와서는 학교도 세우고 독립기금도 제공했다. 도산 선생은 물질적 정신적으로 가치 창조를 위하여 부단히 땀 흘러 나아가는 것을 무실역행務實力行이라고 했다.

도산의 3D(Dirty. Difficulty. Danger) 기피병을 앓고있는 젊은이들에게 도산의 얼을 불어넣어 애전여명愛錢如命의 경제정신으로 재무장을 해야 할 때이다. 그러면서 겸손과 분수를 지켜야한다. 이는 자기를 낮추고 남을 높이는 마음이고 행동이다. 그 행동에는 어진 마음이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 인자무적仁者無敵이라 했듯이, 겸손과 분수를 지키고 어진사람앞에는 적이 없다. 선의의 이웃은 결코 남을 음해하지 않고 도와줄 뿐이다. 겸손과 분수를 지키는 사람은 언제나 이웃을 사랑하고, 예禮로써 이웃을 맞이한다. 그래도 이웃이 나와 친근해지지 아니할 때는 이웃을 원망하거나 탓하지 않고, 도리어 나에게 인자한 마음과 공경하는 마음이 부족했음을 반성할 뿐이다. 진정, 내로남불로 탓하지 않는 세상은 요원한 일인가. <부희식 제주교육사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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