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일의 월요논단] 건축가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인식과 현실

[김태일의 월요논단] 건축가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인식과 현실
  • 입력 : 2018. 10.08(월)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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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를 의미하는 영어 'architect'는 원래 그리스어 'arkhitekton'에 유래한 것으로 '대장'이라는 의미의 'arkhi'와 '건설자'라는 의미의 'tekton'의 합성어이다. 건설종사자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자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건축가와 유사한 단어가 건축사가 있다. 건축사법 제1조에 '건축물과 공간 환경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건축문화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하고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건축사는 동일한 목적과 방향을 가지면서도 국가 관리를 통해 자격을 획득하고 법률적 테두리에서 행위가 보장되고 책임을 지게 된다는 점에서 국가공인 건축가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건축가는 넓은 의미에서의 건축종사자로서 함축적인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전문가로서의 건축가가 만드는 결과물인 건축은 일반적인 것과 다른 구조와 형태, 공간에 대한 치밀한 계획에 의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것을 독창성이라 부르고 국가적 차원에서는 또 하나의 문화적 수준 혹은 기술적 수준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은 전문가로서의 건축가에게 설계를 비롯한 건설과 관련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에 의존하게 된다. 대표적인 것이 공공건축에서의 건축생산방식이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곤 하는 입찰방식과 수의계약 등의 일반적인 발주방식은 단순히 비용절감만의 문제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실력 있는 건축가들이 공정한 환경에서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하거나 발주처가 그러한 건축가를 선택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갖고 좋은 건축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의 현실은 운영의 묘를 살리지 못하고 부정적인 문제만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 아쉽기만 할뿐이다. 현상설계공모의 경우도 마차가지이다. 제도의 틀속에서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인 배경에는 우리사회가 건축가를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의 문제에서 기인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첫째는 우리나라 건축법이 국가경제개발 5년계획의 큰 틀속에서 1962년 제정되었고 경제재건을 위한 아파트단지 중심으로 건축시장이 성장해왔다는 점이다. 둘째는 고도경제성장의 과정에서 대규모 택지개발과 아파트건설을 통해 새로운 부의 축적이 가능한 도구수단이 되었다는 점이다. 전자는 국가적 차원에서 형성된 건축의 왜곡된 시선이고, 후자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시작된 건축의 왜곡된 시선이다. 궁극적으로 경제성장의 과정 속에 우리사회에서는 건축가는 창의적 문화예술 영역의 전문가 집단이 아니라 건설시장에서 고급내구재를 생산해 내는 단순노동자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인지 부지 위에 무(無)에서 유(有)를 창출해 낸 것은 건축가의 작업이건만 주요 공공건축물의 준공식에는 건축가를 초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건설사 대표가 참석하여 표창을 받기도 한다. 건축물이 어떠한 배경과 어떠한 개념으로 설계되었고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 기관장이나 사용자는 그다지 관심도 없는 듯하다. 개인의 건축사업도 마찬가지다. 이것이 우리사회가 바라보는 건축과 건축가에 대한 인식과 현실인 것이다. 그렇다고 이러한 건축가의 대우를 사회인식의 문제 탓으로 이야기할 수도 없다.

문화로서의 건축, 삶의 한 부분으로서의 건축에 대한 인식과 개선을 위한 건축계의 끊임없는 노력이 지속되어 왔는가, 건축가는 사회를 위해 어떠한 역할을 해왔는가. 자기 성찰의 시간도 필요한 시점이다. <김태일 제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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