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은이 콥데산이가 없으니까 꿩마농을 뿌리로 파오는 거라이. 입사귀는 또 거세기 국도 끓여먹고 죽도 끓여먹고 또 짐치도 담아먹고 헷는디 그거를 이젠 다 뿌리를 이젠 영허연 뿌리 시쳐가지고 헤양케 헤영."
제주시 도련1동에 사는 어르신이 털어놓은 식생활 이야기 중 일부다. 시종 제주어로 풀어낸 이 말을 알아듣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이 내용을 표준어로 옮기면 이렇다. "옛날은 마늘이 없으니까 달래를 뿌리로 파오는 거야. 잎사귀는 또 거시기 국도 끓여먹고 죽도 끓여먹고 또 김치도 담가먹고 했는데 그거를 이젠 다 뿌리를 이젠 이렇게 해서 뿌리 씻어가지고 하얗게 해서."
제주도와 제주학연구센터가 '제주어 채록 사업 자료 표준어 대역 발간 및 보급 사업'으로 '2017년도 제주어 구술자료집'을 펴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진행된 제주어 구술 채록 사업 종료에 따라 해당 자료를 대중에게 널리 보급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표준어로 대역해놓은 자료집이다. 제주어 구술채록 보고서의 경우 제주어를 어느 정도 알아야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어서 보고서 활용에 제한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번 표준어 대역 구술 자료집은 총 10권으로 묶였다. 도련1동을 시작으로 선흘1리, 송당리, 성산읍 고성리, 표선리, 남원리, 보목동, 동광리, 고산리, 월령리 등 10개 마을에서 이루어진 채록 내용을 전사하고 제주어와 표준어를 나란히 실었다. 현지 조사와 표준어 대역 업무를 동일인이 맡아 조사할 때 미흡했던 내용을 보완하는 등 보강 작업이 실시됐다.
구술 자료는 제보자 일생, 밭일, 들일, 바다일, 의생활, 식생활, 주생활, 신앙 항목으로 나뉘어 실렸다. 사라질 위기에 처한 제주어를 간신히 붙들고 있는 노인 세대의 구술 자료는 살아있는 제주어 교과서이자 제주 기층 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는 생생한 기록이다. 제주어가 품은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해줄 대응 표준어가 없는 경우엔 주석을 달아 그 내용을 밝혔다.
제주학연구센터는 "제주어구술채록보고서에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으려면 제주어 구술 자료를 표준어로 대역하고 주석을 다는 작업이 불가결한 일"이라며 "이번 자료집이 소멸 위기의 제주어 보전과 그 가치를 널리 알리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고 했다. 비매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