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원도심, 이야기의 발견](20·끝) 원도심 재생 어떻게(하)

[제주 원도심, 이야기의 발견](20·끝) 원도심 재생 어떻게(하)
  • 입력 : 2014. 12.02(화)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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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역사가 원도심에 촘촘… 그들의 이야길 듣자
내년 원도심 예산 100억 육박 불구 인프라 확충에 쏠려
보존할 건물·옛길 살피고 기억안은 주민구술 채록 필요

내년 제주도 문화예산은 원도심으로 통한다는 말이 나올 듯 싶다. 제주도의회의 심의를 남겨두고 있지만 제주시 원도심 재생과 관련해 지자체에서 요청한 사업 예산이 올해보다 크게 증가했다.

제주도와 제주시 문화 관련 부서에서 짜놓은 원도심 예산은 100억원에 가깝다. 제주시 산지천변 탐라문화광장 조성 사업에 쓰이는 515억원엔 못미치지만 적지 않은 규모다. 예산서대로라면 '도심 공동화'의 대표 지역으로 여겨지는 제주시 삼도2동 옛 제주대병원 일대에서 가장 많은 사업이 이루어진다.

제주시 아라동으로 이전한 제주대병원 건물 일부를 리모델링하는 제주종합문화예술센터(가칭) 조성 사업에 국비와 도비를 합쳐 50억9000만원이 쓰인다. 제주 최초 극장인 제주극장 자리에서 영업했던 옛 현대극장을 공연장 등으로 사용하기 위한 매입비 등으론 12억원이 올라있다. 제주도문화재인 향사당을 도심 속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한 인근 부지매입비로 5억5000만원을 예상하고 있고 제주성 서문 복원을 위한 이전 단계로 제주성내교회 맞은편 주차장 매입비 5억원이 편성됐다. 빈점포 임차사업 1억6000만원(간판공사 포함)도 삼도2동 지역이 그 대상이다. 이밖에 건입동 동자복 문화공원 조성 사업(5억5000만원)이 추진된다. 원도심 공공미술 프로젝트(2억원), 원도심 활성화 포럼(4500만원)도 관련 예산으로 묶였다.

'제주 원도심, 이야기의 발견'에서 소개된 제주시 원도심의 여러 장소와 풍경들. 사람마다 지나온 생이 다르듯 원도심도 골목골목 사연을 품었다.

▶원도심 사업 어느때보다 활기=지난 1년간 제주시 원도심은 어느 때보다 바삐 움직였다. 민간 단체를 중심으로 원도심에 숨결을 불어넣는 행사가 잇따랐다. 제주민예총의 프린지페스티벌, 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의 원도심 옛 길 탐험, 대동호텔 갤러리 비아아트 등이 펼쳐낸 관덕로 15길 '여관 아트페어', 칠성로 복합문화공간 왓집의 멩글엉폴장(아트마켓) 등이 이어졌다. 첫 선을 보인 여관 아트페어를 제외하면 예전부터 진행해온 행사지만 원도심 재생 바람을 타고 올해 한층 눈길을 모았다.

옛 제주대병원 앞 병목골에는 도자기 공방 등이 들어섰다. 제주시의 임대료 지원을 받아 비어있던 단란주점, 미용실, 식당 등에 그림책갤러리, 공예점, 퍼포먼스 공연팀 등이 둥지를 틀었다. 지난해 11개 업소가 선정됐고 내년엔 6개소를 더 늘리기로 했다. 아라리오 기업은 문닫은 영화관, 모텔 등을 사들여 뮤지엄으로 탈바꿈시켰다. 제주시 원도심을 활동 기반으로 삼으려는 단체나 개인의 발길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극적 생환 고씨 가옥 사례 교훈=왜 원도심인가. 제주가 걸어온 길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신제주 어느 장소에서 '탐라 천년'을 말할 수 있겠나. 원도심이 안고 있는 과거가 사라지면 제주의 과거도 사라진다. 세계 어느 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상업공간들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면 이미 그곳은 도시의 생명력을 잃게 된다. 시민단체에서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제주지원 건물 철거 대신 리모델링을 요구했던 것은 그런 이유가 있다. 70년대에 지어진 건물도 원도심의 정체성을 지키는 자산이 된다.

보존가치가 있는 장소와 건물이 무엇인지 살피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탐라문화광장 고씨 가옥은 애초 보존 대상으로 거론되지 않았다. 제주발전연구원의 '제주 근대 역사문화시설의 문화자원화 방안'(2013) 보고서에도 그 건물은 없었다. 산지천변 건물을 깡그리 철거해 광장과 공원을 조성하는 탐라문화광장 사업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뒤늦게 그 가치가 조명됐다. 어렵사리 '목숨'을 건진 고씨 가옥의 사례를 교훈 삼아 제주의 역사성을 품은 원도심의 자원을 찾아내는 일부터 시작하자.

제주시 원도심 이야기를 한데 묶은 지도. 제주성 안팎에 많은 사연이 흩어져 있다. <일삼공일프렌즈 제작>

▶터잡은 사람들과 공감대가 우선=적어도 80억원이 넘는 원도심 예산안을 보면 무얼 만들고 짓는 데 집중되어 있다. 원도심 활성화에 대한 제주도정의 관심을 보여주는 대목이지만 거기에 깃든 사람들의 구체적 삶이 빠질 때 공허한 공간이 되어버린다. '구도심 재생 프로젝트'로 2010년 11월 개관한 제주영화문화예술센터(옛 코리아극장)가 방향성을 잃고 있는 모습은 지역에 기반한 원도심 활성화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그곳에 터잡은 사람들과 공감대를 이루지 못하는 도시 재생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끌어내지 못한다.

원도심 사람들이 오래도록 이어온 풍경을 후대에 전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일이 우선이다. 야트막한 돌담이 남아있는 골목, 세월의 더께가 쌓인 오래된 건축물, 동네 목욕탕과 상점들이 원도심의 역사성을 만들고 정체성을 가꿔간다. 신제주가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이전 '구제주'가 간직해온 이야기를 전해줄 사람들의 증언을 수집하는 일도 필요하다.

'제주 원도심, 이야기의 발견'에서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제주지원을 출발해 고씨 가옥, 산지천, 동문시장, 옛 동양극장, 기업가 박종실, 계용묵과 동백다방, 무근성, 제주성, 원도심 사람들 등의 순으로 원도심을 거닐었지만 아직도 못다 풀어낸 이야기가 있다. 사람마다 지나온 생이 다르듯 원도심도 골목골목 다른 사연을 품고 있었다. 원도심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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