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필자는 2007년 1월 중순 제주도 국제관계 자문대사로 부임했다. 그날 저녁 용두암 근처 저녁 자리에서 당시 제주에 거주하던 선배 한분이 얘기 끝에 먼 바다를 가리키며 저기 어디쯤이 관탈섬이라고 소개해줬다. 조선시대 귀양객들이 먼 길을 여행한 후 그 바위섬에서 비로소 사모관대를 벗고 죄인으로서 지위가 변하는 곳이라는 설명에 제주의 과거 편린을 보는 듯했다.
이제 그 옛날과는 달리 제주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세계적 관광지로 도약하고 있으며, 4·3 사건과 같은 아픔 위에서 세계평화의 섬, 탄소중립의 섬으로 발돋움 중이다.
그런데 내게 제주는 멀리서 보면 한라산처럼 수려하고 튼실하기도 하지만, 가까이 보면 허약한 모순덩어리라는 부정적 모습도 떠오른다. 18년 전 부임 당시 제주 인구는 56만이었으나 그 후 중국 특수에 따른 관광 산업 팽창과 육지로부터 이주 열풍, 주택 건설 붐 등에 따라 2020년 제주 인구는 7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그러나 68만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인구가 코로나 이후 주춤해지고 지난해 말 감소세로 돌아서서 66만명대로 내려앉았다. 앞으로 인구 감소세는 가파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으며 100년 후에는 제주 인구가 13만명으로 쪼그라들 것이라는 어느 학자의 섬뜩한 예상도 있다.
미래를 생각건대 저출산 및 젊은층의 유출 현상을 심각하게 봐야 할 시점이다. 1인당 개인 소득도 전국 평균 2554만원에 못미치는 2289만원으로 지자체중 하위권에 속한다. 또한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등 기후 위기 현상으로 한반도에서 가장 심한 타격을 받는 곳이 제주다. 이런 복합적 취약성은 제주로 하여금 외부 영향에 쉽게 노출되면서도 현명히 적응할 내부 역량 결집엔 한계를 보이는 모순 현상을 야기한다.
외지인 배척과 배타적 괸당 문화도 한몫을 했다. 민군복합항 건설 시 겪었던 긴 갈등이 본보기다. 2002년 국제자유도시 특별법이 만들어지고 2005년 세계평화의 섬 선포가 있었지만 이 중요한 두 축이 튼튼히 정착되지 못하고 구호성 개념에 맴돌고 있는 현실도 문제다.
이런 과거의 사례들을 반성 삼아 진정한 제주 중심 찾기를 시작하자는 '작은 마음 운동'을 제안해 본다. 타성과 부정, 소극, 분열적인 생각을 벗고 공동의 지혜를 믿으며 적극, 포용적 마음 자세를 각자의 마음에서부터 갖자는 뜻이다.
밖에서는 기후 위기, 팬데믹 등 지구적 의제, 미중 간 패권 경쟁,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적 밀착, 중·북·러 3국 간 관계 긴밀화 등 우리의 안보에 직결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고, 안에선 정치적 분열과 경제적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
제주는 이런 상황 속에서 장기적으로 제주 관광의 세계화와 도민의 삶의 질 향상에 실사구시적 시각으로 최적의 생존 전략을 찾는데 혼연일체 힘써야 할 것이다. 그 길에서 나도 명예도민으로서 돕고 싶다. <김숙 전 주유엔 대사·전 제주도 국제관계 자문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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