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아열대는 일반적으로 월평균 기온 10℃ 이상인 달이 8개월 이상이고, 가장 추운 달의 평균기온이 5.1℃ 이상 18℃ 미만으로 정의한다. 이 기준에 의하면 해발 300m 이하의 제주도와 인근 바다는 이미 아열대에 진입했다. 어릴 적 마당에 눈이 소복이 쌓여 눈사람을 만들었던 때와 50여 년이 지난 지금의 상황을 비교해 보면 확연히 기후가 변화했음을 알 수 있다. 어쩌다 눈이 오는데, 그마저도 쌓이지 않고 내리자마자 그냥 녹아버린다. 이게 현실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예전의 생활습관과 사고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 계속해서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제주도가 열대기후로 변할 날도 예상보다 훨씬 빨리 올지도 모른데도 말이다.
우리는 삶의 질뿐만 아니라 산업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도 아열대 기후에 적극 대비해 속히 적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도청이나 도의회 또는 제주기상청같은 공신력있는 기관에서 "제주도는 아열대 지역이다"라고 선언을 해야 한다. 이러한 선언은 선언 그 자체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제까지 우리가 유지해 오던 생활 습관과 사고방식을 바꾸고, 농사기법과 수산 양식도 전통적인 방식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전환해야 하며, 미래 설계도 예전과 달라져야 함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농업에 있어서는 보리, 당근, 양파, 마늘, 무같은 전통 농작물에서 망고, 키위, 사탕수수같은 아열대 작물로 전환이 조속히 이뤄지거나 품종이 개선돼야 하고, 감귤 농사같은 경우도 남해안지역에서 생산이 가능한 만큼 제주도는 그 경쟁력 유지를 위해 새로운 품종 개발은 물론 지식재산권 확보에도 신경써야 할 것이다.
예로부터 제주인의 중요한 삶의 터전이었던 바다는 어떠한가? 제주바다는 제주섬보다 훨씬 일찍이 아열대에 진입했다. 지난 50년간 제주앞바다 수온은 지역에 따라 1.2~2℃ 상승했다. 이로 인해 제주 앞바다에는 청줄돔과 범돔뿐만 아니라 파란고리 문어와 쏠배감펭처럼 독성있는 아열대 어종이 대거 출현했고, 이들 어종이 40~50%에 달한다고 한다. 해양오염에다 수온 상승으로 인해 전에 많이 잡히던 고등어, 갈치, 쥐치, 정어리, 소라, 전복의 어획량이 확 줄었고, 방어도 북쪽으로 상당히 이동했다. 제주도는 이런 상황을 감안, 수산양식의 패턴을 바꿔 새로운 아열대 어종에 대한 연구와 육성을 심도있게 병행 추진해야할 것이다.
위와 같은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미 충분한 정보와 경험을 갖고 있는 필리핀이나 중국 남부, 대만과 같은 아열대 지역의 나라나 지방정부들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인적 교류와 공동 세미나 개최, 공동연구 수행 등을 통해 정보를 입수하고, 대응책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기후변화는 우리나라에서 제주도가 가장 먼저 직면하고 있는 문제인 만큼, 중앙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더 많이 받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성은 전 주부르나이 대사·전 제주도 국제관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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