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은의 한라칼럼] 제주어의 상용화

[김성은의 한라칼럼] 제주어의 상용화
  • 입력 : 2025. 07.15(화) 03:00
  • 김미림 기자 kimmirim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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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우리는 세계제주인대회, 재일제주인을 포함해 제주인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그럼, 제주인을 어떻게 정의할까? 필자는 '제주말 갇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싶다. 제주어야말로 그 어떤 것보다도 제주인의 정체성을 가장 잘 나타낸다고 보아서이다. 언어에 따라 문화권을 영미권, 불어권, 히스패닉, 아랍, 중화권, 마인어권 등으로 구분하듯이 언어가 그 문화를 대표하기도 한다. Arab이'아랍어'를 사용하는 국가와 민족·문화를 두루 일컫는 말임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필자는 해외에 체류하면서 자신들의 언어를 보전, 발전시키려는 다른 국가들의 노력을 살펴볼 수 있었다. 발트해에 위치한 에스토니아는 120만명 정도가 쓰는 에스토니아어를 보존하기 위해 교육, 미디어, 공공생활에서 사용을 적극 장려하고 있었다. 뭄바이가 있는 인도 마하라슈트라 주(州)는 주류어인 힌디어와는 다른 마라티어를 사용하는데 마라하슈트라내 각급 학교는 마라티어로 된 교과서를 사용하고 있고, 타밀나두 주(州)의 경우는 인도 중앙정부에서 힌디어 사용을 강권하자 인도에서 분리, 독립하겠다고 강하게 맞설 정도로 자기들 언어인 타밀어 사용과 보존에 필사적이다. 왜 그럴까? 언어가 소멸되면 자신들의 정체성도 사라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때 만주를 호령하고 중국을 지배했던 만주족은 만주어 사용자가 극소수에 불과해 현재 만주어는 사실상 소멸됐고, 이에 따라 만주족도 거의 한족에 동화돼버렸다. 주지하듯이, 일제가 한글을 말살하려고 한 것도 이를 통해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없애 지배를 쉽고 영구적으로 하려던 게 아니었던가! 제주어가 소멸되면 역사적, 문화적 개념인 '제주인'이 사라지고, 제주도민이라는 지리적 개념만 남게 된다.

2010년 UNESCO는 제주어를 소멸위기 언어 5단계중 4단계, 즉 '심각한 소멸위기에 처한 언어'로 지정한 바 있다. 소멸 바로 직전이라는 의미다. 이제 우리는 제주어를 소멸 위기에서 구해내고, 더욱 발전, 계승시켜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처해있다. 어린 세대들이 제주어를 구사할 줄 알아야 제주어가 산다. 대가 끊겨서는 안된다.

표준어는 학교 수업과 TV를 비롯한 언론매체 등을 통해 배우게 되지만 제주어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그래서 우리는 어린 세대가 언제든지 가정에서 또 학교에서,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 등 수업 이외의 시간에 학습에 부담없이 자유롭게 제주어를 쓰도록 적극 권장하는 교육정책을 도입해야한다. 외지에서 온 사람들은 제주어를 꼭 써야할 필요는 없겠지만 최소한 알아들을 수는 있으면 좋겠다.

제주어는 내국인 관광객을 제주도로 유치하기 위한 하나의 관광상품이 될 수 있다. 타지역과 차별성이 확연해 저 야자수 나무들과 함께 이국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지금은 제주어의 상용화를 통해 그 어느 때보다도 제주어를 적극 활성화해야 할 때이다.

몬딱 제주말을 느량 쓰게마씸! <김성은 전 주부르나이 대사·전 제주도 국제관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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