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언어의 갈라파고스 2] (1부-2)생물유전과 언어의 상속

[제주도, 언어의 갈라파고스 2] (1부-2)생물유전과 언어의 상속
제주섬 격리된 환경 주민들의 언어 진화에 영향
  • 입력 : 2022. 04.26(화) 00:00
  • 최다훈 기자 orca@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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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볼까요? 전체 면적은 7880㎢로 제주도의 4.2배 정도 된다. 가장 높은 곳은 해발 1707m로 한라산 1950m보다 낮다. 인구는 2만5000명이 약간 넘는데, 주요 언어는 스페인어다. 에콰도르 해안에서 서쪽으로 906km 떨어진 곳에 있어 다른 생태계와 격리돼 있다. 찰스 다윈이 비글호를 타고 이곳에 와 연구한 결과 수많은 고유종이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종의 기원'이라는 역저를 저술해 본격적으로 진화론이 시작되게 된다. 이런 격리야말로 진화의 동력이다. 그것은 흔히 종 급원이라고 하는 대륙 혹은 인접한 큰 섬과 떨어져 생식적으로 완전히 격리하기 때문이다. 이런 격리된 섬에는 어쩌다가 한번 들어오게 되면 외부의 집단과는 철저하게 차단된 상태에서 살게 마련이다. 그러니 혼인도 이곳 집단 내에서만 이루어지며, 이 섬의 환경에 유리한 형질을 갖는 개체들만이 선택적으로 살아남게 된다. 이런 자연 선택이 세대를 거듭할수록 점차 개체 수가 늘어나고 그 집단을 완전히 지배하게 된다. 새로운 종이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갈라파고스 제도의 관속식물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863종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 꽃 피는 식물은 749종류다. 이 중에서 216종류는 이곳의 고유종이다. 이것은 꽃 피는 식물의 28.8%에 해당한다.

제주도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에 있는 토끼섬 문주란 자생지. 문주란은 7~9월 사이 꽃을 피운다.

육지와 멀리 떨어진 섬일수록 고유종 비율 높아

제주도는 이보다는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진 않지만 그렇다고 왕래가 쉬운 곳도 아니다. 이런 이유로 동식물의 고유종이 많다는 공통점이 있다. 제주도는 최근에 들어온 외래식물을 제외하면 꽃 피는 식물이 1650종 정도로 추산된다. 이 중에 고유종은 59종으로 그 비율은 3.6%다. 제주도를 포함한 한반도의 꽃 피는 식물 고유종 비율 약 1.2%에 비추어 보면 격리가 종 분화에 미치는 영향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런 환경은 이곳에 사는 주민의 언어 진화에도 영향을 크게 미치게 된다.

『구약성서』에 의하면 '노아의 대홍수' 후에 인류는 번영하고 모든 사람이 같은 언어로 이야기하고 하늘에 이르는 탑을 건설하려 했다. 신은 사람들의 교만을 타이르기 위해 하늘에서 내려와 사람들을 각지에 분산시키는 수단으로 언어를 여러 갈래로 나누었다. 언어도 생물처럼 사방으로 퍼져나가고 서로 격리가 이루어지면 새로운 언어가 탄생하기 마련이다.

거북섬이란 이름만으로도 이곳엔 뭔가 거북과 관련한 특성이 있을 거란 느낌을 받게 마련이다. 제주도란 이름에는 어떤 뜻이 들어 있을까? 한라산이란 이름에는 어떤 뜻이 들어 있을까?

진화라는 말은 상당히 자주 사용함으로 쉬운 듯 느껴진다. 그러나 어떻게 생각해 보면 상당히 어려운 말이기도 하다. 특히 진화라는 말 자체를 주제로 하여 설명하려면 아주 골치 아픈 말이 되어버린다. 진화 이론의 시작이라고 하는 다윈의 '종의 기원'이라는 책은 대학생 필독서로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 책을 완독한 사람은 드물다. 읽기 시작은 하지만 한 20쪽 정도 읽다가는 포기해버리기 일쑤다. 너무 어려워서 도대체 무슨 말인지 재미를 느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진화의 개념은 생물학 분야만이 아니라 온갖 분야에서 활용하고 있으니 모르고 넘어가면 생활이 불편해지기 마련이다. 조금 지루해도 짚고 넘어가야 하는 이유다.

바벨탑(알렉산더 미할치크작, 위키코먼스),

언어는 학습을 통해서 상속

생물학적 진화의 본질은 변이, 유전, 차별적 생존과 번식, 그리고 시간이다. 집단의 일원으로서 각 개체는 그들 간 가지고 있는 특성들이 다르다. 이러한 특성 중 많은 부분이 유전적으로 암호화되어 있으므로 유전된다. 이 유전이야말로 생물만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다. 그런데 집단 내에서 어떤 특정 형질을 가진 개체가 더 많은 자손을 남기게 되면 그 형질은 다음 세대에 훨씬 더 많이 나타난다. 세대가 거듭할수록 이 과정은 주요 진화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물고기 집단 내에서 몸집의 크기는 유전하는데, 그중 비교적 큰 물고기가 번식할 가능성은 낮다면, 그 집단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더 작은 물고기로 진화한다. 순전히 설명을 위해 가상적인 상황을 만들어 설명하자면, 몸집이 다양한 어떤 물고기들이 호수에 있다고 하자. 그런데 그 이곳 어부들은 일정 크기 이상의 물고기만 잡히도록 한 어망으로 어로를 한다면 오랜 세 세대를 거쳐 큰 물고기들만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상황이 된다. 그렇다면 몸집을 작게 하는 유전자를 가진 개체들이 살아남기가 쉬워지고 결국엔 그 집단 자체가 몸집이 작은 물고기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선과 식물은 보통 습한 곳에 살지만 문주란 등 일부 종들은 극단적 건조에도 견딜 수 있게 진화했다. 종간 변이의 일종이다.

생물의 진화는 흔히 비스트(VIST)가 조화를 부리면서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비스트란 변이(variation), 유전(inheritance), 선택(selection), 시간(time)의 앞글자를 딴 것이다. 이런 요소들이 자연 선택을 통해 진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언어도 거의 같은 개념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우선 유전이라는 요소는 어떻게 작용할까. 이것은 디엔에이(DNA)에 암호화되어 있다. 예외적인 미생물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생물에서는 부모에서 자손으로 전달된다. 반면 언어에서는 학습을 통해 '상속'된다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은 부모와 주변 사람들로부터 언어적 특성을 배울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언어 상속'은 생물학적 상속보다 훨씬 모호하고 유연하다. 박테리아가 DNA를 서로에게 전달하는 것처럼 인간은 학습을 통해 새로운 단어, 발음 및 문법 구조를 서로 직접 공유할 수 있다. 두 사람이 밀접한 관련이 없고 원래 다른 언어를 사용하더라도 이 특성은 유지될 수 있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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